중국 경제 개발의 상징으로 평가받던 광둥성 둥관시의 경제가 파탄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올해(1~7월) 성장률은 2.5%로 중국 전체 성장률(7.8%)의 절반도 안 된다. 연매출 36억원 이상 제조업체의 지난 1분기 생산액은 작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중견 방직회사인 딩자와 한국계 회사인 쑤이완구를 비롯한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거나 내륙으로 이전하고 있다. 개혁개방이 시작된 뒤 지난 30년간 연평균 18%씩 성장해 중국 전체(10%)의 두 배 가까운 속도로 발전했던 도시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둥관의 추락은 중국의 성장모델의 한계를 드러낸다. 둥관은 개혁개방 이후 손가락에 꼽는 수출도시로 성장했다. 둥관에서 만든 신발 섬유 피혁 등은 ‘메이드 인 차이나’의 선봉장이었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2009년 540위안에서 1150위안으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 위안화 가치는 2005년 고정환율제를 폐지한 뒤 30% 이상 올랐다. 경기부양을 이유로 돈을 풀어 재정도 엉망이 됐다. 둥관시 장무터우진(鎭·한국의 면에 해당)의 경우 세수가 6억위안인데 부채는 16억위안에 달한다고 한다.

왕양 광둥성 서기는 “특단의 개혁적 조치가 없으면 둥관은 광둥의 그리스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지만,이는 비단 둥관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중국의 올해 GDP증가율은 개혁개방 이후 처음으로 7%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기업 이익은 올 들어 8월 말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2% 줄었다고 한다. 철강회사인 바오산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생산을 일시 중단할 정도로 경기가 침체됐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1만5777개 외국계 비금융회사가 생겼지만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2%나 줄어든 수준이다. 총 규모가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지방정부의 부채는 ‘중국발 금융위기’를 발생시킬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을 정도다.

둥관의 쇠락은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기술장벽이 거의 없는 경공업제품을 수출하고, 자본을 대규모로 투입해서 버블을 일으키며 성장했던 중국의 개혁개방 모델은 한계에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산업고도화와 내수시장의 활성화라는 새로운 발전모델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중국의 성장신화가 조기에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지적을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