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올 하반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로 꼽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전에 전격 참여했다. 이에 따라 KAI 인수전은 현대중공업과 대한항공 간의 맞대결로 벌어지게 됐다.

정책금융공사는 KAI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현대중공업과 대한항공이 참여했다고 27일 발표했다. 두 회사가 인수전에 참여함에 따라 유효 경쟁이 성립하게 됐으며 KAI 매각 작업도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공사는 두 회사가 낸 예비입찰서를 평가한 후 주주협의회 결의를 거쳐 다음주 본입찰 적격 대상 기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후 다음달 예비실사 및 11월 본입찰 등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 연내 KAI 매각 작업을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현대重, KAI 인수전 깜짝 참여

금융권과 산업계에선 현대중공업과 대한항공의 인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 참여를 포기한 후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내부적으로 KAI 인수를 저울질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력 산업인 조선업이 경기침체에 따른 부침이 큰 반면, 항공 산업은 여행객 증가세에 힘입어 최근 30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회사 관계자는 “자금계획이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후 KAI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현대중공업의 참여로 유효 경쟁이 가능해진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항공서비스업과 KAI의 완제기 제작 능력이 합쳐지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란 점에서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혀 왔다.

대한항공은 자체 보유자금 1조원과 전략적투자자(SI)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KAI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다만 적정가격이 아니면 인수하지 않을 것이란 방침에는 큰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인수대금 1조2000억원 웃돌 듯

이번 KAI 지분 매각 대상은 정책금융공사(26.4%) 삼성테크윈(10%) 현대자동차(10%) 두산그룹(10%) 등 KAI 주주협의회가 갖고 있는 지분 56.4% 중 40% 이상이다. 삼성 현대차 두산이 각각 지분 10%를 모두 내놓고 공사는 보유지분 중 10% 이상을 떼어내 매각하는 식이다.

매각가격은 1조2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KAI 지분 40%를 매각할 경우 지분가치는 이날 종가(2만4300원) 기준으로 약 9474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감안하면 매각가격은 최대 1조2000억원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상장을 통해 KAI의 주가가 높아졌다는 점이 매각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기업공개를 통해 이미 시장에서 합리적인 주가가 형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인수가격이) 싸고 비싸고는 인수 후보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장창민/이유정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