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집단(그룹)에 속한 상장기업의 이사회 안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0.2% 가량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거수기’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이같은 내용의 ‘2012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그룹 상장사의 이사회 안건 처리 결과가 공개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작년에는 일부 상장사를 대상으로 이뤄진 샘플 조사만 공개됐었다.

공정위는 이번에 46개 그룹의 238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최근 1년간(2011년 5월~2012년 4월) 이사회 상정 안건을 모두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5692개 안건 중 99.37%인 5656개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13건(0.23%)에 그쳤다. 나머지 23건(0.4%)은 보류·수정의결·조건부가결로 처리됐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경영진에 대한 사외이사의 실질적 견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요 부결 안건을 보면 SK하이닉스는 이사들에 대한 경영성과급 지급 안건이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반대로 부결됐다. SK네트웍스가 추진한 호주 석탄개발 전문회사 코카두 지분인수 안건도 사외이사의 반대로 무산됐다. 또 하이마트의 연간 사업계획승인건과 포스코ICT의 환경부 국책사업 참여 건 등이 부결됐다.

또 46개 대기업 집단에 속한 전체 계열사 1582개사(비상장 기업 포함)의 등기이사 5844명 가운데 그룹 총수는 157명(중복 포함)으로 2.7%를 차지했다. 전년(2.9%)대비 0.2%포인트 줄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총수의 권한 행사에 따른 책임 추궁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