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시달리는 포르투갈 정부가 근로자들의 거센 반발로 당초 시행할 예정이던 긴축정책안을 포기했다. 포르투갈에 구제금융을 지원한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은 긴축을 요구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페드루 파수스 코엘류 포르투갈 총리가 근로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이 담긴 긴축안을 백지화했다고 보도했다.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보험료율(근로자 임금의 약 23.75%)을 18%로 낮추는 대신 근로자가 부담해야 할 사회보험료율을 기존 11%에서 18%로 인상하는 게 긴축안의 핵심이다.

포르투갈 정부가 이 같은 긴축안을 철회한 것은 근로자들이 긴축안에 반대하며 8일간 격렬한 시위를 벌인 결과다. 야당도 긴축안이 국민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고 경제활력도 해칠 것이라며 가세했다. 정부에 대한 지지율까지 급락하자 코엘류 총리는 백기를 들었다.

그는 “내년 1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실업률을 낮추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오해 때문에 철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공공부문과 개인이 보다 공평하게 긴축 부담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긴축안 포기로 포르투갈 기업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포르투갈 기업협회는 “경기 불황이 더 깊어지고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 긴축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포르투갈 정부는 근로자 세금 인상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세율 인상, 금융소득에 대한 특별세 부과 등이 주된 내용이다. 새 긴축안을 내놓더라도 트로이카인 EU, ECB, IMF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포르투갈은 트로이카에서 78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후 트로이카의 요구보다 더 강력한 긴축을 추진해왔다. 트로이카는 포르투갈 정부의 긴축 노력을 인정해 재정적자 비율 목표치를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4.5%에서 5%로 완화해주기도 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