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커피전문점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원두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창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업종이 되었기 때문이다. 커피전문점은 시장포화라는 우려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커피전문점은 매출이나 수익창출을 위한 전략 없이 뛰어들었다가는 실패할 수 있는 업종이기도 하다.

커피전문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예비창업자라면 스트리트카페 드립앤더치를 운영하는 이재전(40·사진) 씨의 사례를 눈여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빵집 창업을 위해 제빵 기술을 배웠다. 하지만 곧 커피전문점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커피전문점이 인기가 있었고 운영도 쉬울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았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커피전문점은 생각보다 너무 많았고, 좋은 자리에 점포를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쓸 만한 상권은 점포 권리금과 보증금이 비쌌고 매물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이 씨는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다. 커피전문점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분석하고 자신이 가진 창업자금에 맞는 상권을 검색한 뒤 시중에 있는 커피전문점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콘셉트를 찾아 발품을 팔며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이 씨는 커피 시장에서 ‘드립커피’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선진국들의 경향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커피 소비의 반은 드립커피가 차지하게 될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씨는 드립커피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조사했다. 이 때 만난 사람이 커피장인 여선구 대표였다. 여선구 대표는 삼청동에서 드립커피 전문점 ‘연두’를 운영하며 원두 로스팅 공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차세대 커피전문점을 만드는 것에 의기투합하여 스트리트카페 ‘드립앤더치’를 만들기로 했다. 시중의 커피전문점 창업비의 60%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외곽 상권에 입지를 정해야 했다. 발품을 팔아 찾아낸 곳이 지금의 점포다.

이 곳은 구산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4분 정도 걸리는 주택가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주변 상권이 잘 발달돼 있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교통이 편리하다. 주민 상당수가 20대~40대 젊은 층과 신혼부부들이라 커피에 대한 수요가 높으리라는 기대도 한 몫 했다. 무엇보다 ‘커피 맛’과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으리라는 판단에서 결정한 자리다.

다른 커피전문점과의 차별화를 위해 주요 메뉴를 드립커피와 더치커피로 하고 인테리어 분위기는 실내에 노천카페 분위기를 연출하기로 했다. 창업비용은 권리금 없이 점포보증금 1억원, 인테리어 1억 3500만원, 설비 및 집기비품비 1억 5500만원 등 총 3억 9천만원 정도 들었다.

이 씨의 판단은 적중했다. 개점 한 달 만에 커피마니아들을 비롯해서 블로거들로부터 집중 관심을 받았고 눈에 확 들어오는 진홍색(crimson) 외관 덕분에 손님들 사이에는 ‘빨간집’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빠른 입소문을 타게 된 데에는 노천카페를 실내에 구현한 인테리어가 한 몫 했다. 일명 ‘스트리트 카페’라고 불리는 이 인테리어는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노천카페에 나와 앉아 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가로등이 나란히 서있고 차양 아래에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있다.

특히 높은 천정 한 가운데를 덮은 반투명한 조명에는 새들이 나무 위로 날아가는 모습을 그려 넣어 마치 희뿌연 하늘 아래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벽면은 그 옛날 레코드 가게의 진열장과 앤디워홀의 작품들을 연상시키는 벽화들을 그려 넣어 뉴욕의 소호나 보스턴의 뉴버리스트릿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커피전문점의 커피는 품질 대비 가격도 저렴하다. 커피 마니아들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데 한 몫하고 있는 드립커피는 일반 드립커피 가격보다 30%이상 저렴하다. 뜨거운 커피가 3,300원, 아이스커피가 3,800원이다. 10시간을 꼬박 기다려야 비로소 맛볼 수 있는 더치커피는 한 잔(150ml)의 가격이 4천원인데, 이는 일반 로스터리 카페보다 반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적게는 2천원에서 많게는 4~5천원 이상 차이가 난다. 갈현동 드립앤더치는 변두리 동네상권이라는 입지적 열세를 극복하고 월평균 매출은 3200만원, 그중 순이익은 1천 만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