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정치인 및 정치 이슈와 관련된 이른바 ‘정치테마주’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1년 동안 1조5494억원을 날린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테마주가 24일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는 등 ‘폭탄’이 터지는 조짐이 있어 개인투자자의 손실은 더 불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31개 테마주 가운데 대표적인 35개 종목에 대해 지난해 6월1일부터 지난 5월31일까지 1년 동안 투자자들의 매매손실을 분석한 결과 약 195만계좌에서 총 1조549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 비율은 99%가 넘었다. 조사 대상 35개 종목 중 주가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는 코스닥 상장사 안랩(469%)이었다. 안랩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계좌 수는 18만7550개였다. 총 손실금액은 2640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중 한 개인투자자는 안랩에 투자했다가 18억원을 손해보기도 했다.

다른 투자자는 또 다른 정치테마주에 투자했다가 26억원을 잃기도 했다. 이들은 ‘작전세력’을 따라 뒤늦게 고점에서 매수했다 주가가 떨어지자 손절매를 하는 식의 투자를 반복하다 큰 손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35개 종목은 1년 동안 평균 93% 상승했다.

하은수 금감원 테마주 특별조사반장은 “주가가 전체적으로는 오른 만큼 이익을 본 투자자가 숫자상으로는 더 많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익을 본 투자자들의 절반 정도는 작전세력이나 대주주들이고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대부분 개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새로 떠오르는 테마주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난 6월1일 이후 경제민주화, 일자리 정책 등 관련주라는 이유로 정치테마주로 꼽힌 16개 종목은 지난 11일까지 평균 172% 급등했다. 하지만 21만계좌에서 670억원의 매매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증시에서 정치테마주들은 무더기로 하한가를 기록했다.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는 안랩과 미래산업 써니전자 솔고바이오는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문재인 테마주’로 거론되는 우리들생명과학우리들제약도 하한가까지 밀렸다. ‘박근혜 테마주’로 꼽히는 EG와 대유신소재 아가방컴퍼니 등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