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 나타난 박근혜 후보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박 후보는 “오늘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18대 대통령 후보로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거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박 후보는 ‘박정희 시대’의 공과(功過)를 병렬적으로 나열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엔 ‘과’에만 초점을 맞췄다. 박 후보는 “압축적인 발전의 과정에서 많은 상처와 아픔이 있었고 때로는 굴곡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기적적인 성장의 역사 뒤편에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고통받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고 북한에 맞서 안보를 지켰던 이면에 공권력에 의해 인권을 침해받은 일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헌법가치 훼손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사과도 했다.

박 후보는 그러면서도 대선 후보가 아닌 대통령의 딸로서 ‘인정(人情)’에 대한 호소에도 시간을 할애했다. 박 후보는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하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국민이 저에게 진정 원하시는 게 딸인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도 대통령을 아버지로 두었기에 역사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이날 사과회견은 일종의 승부수였다. 40%대 초반까지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최근의 위기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기도 하다. 그는 단순히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에 그치지 않고 한걸음 나아가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된 과거사 논란에 대해 깔끔하게 인정·사과하고 대통합 행보를 통해 국민에게 자신의 진정성을 확인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면서 “이 사과가 마지막 사과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말씀드린 내용에 모든 게 함축돼 있고 앞으로 실천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저의 그런 진심을 받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박 후보의 사과에 대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아주 힘든 일이었을 텐데 참 잘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진정성이 있다”며 “과거의 고통스런 역사에서 배워 이제는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리얼미터가 지난 21일과 24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3자 대결의 경우 박 후보는 종전(20~21일) 조사보다 1.9%포인트 하락한 36.4%로 2.3%포인트 오른 안 후보(32.4%)와의 차이가 좁혀졌고, 안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선 50.9%(3.5%포인트 상승) 대 40.9%(3.3%포인트 하락)로 밀렸으며 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도 48.3%(2.0%포인트 상승) 대 43.3%(2.5%포인트 하락)로 뒤졌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