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홀딩스가 공정거래법 지주회사 요건을 맞추기 위해 증손회사인 복합스포츠 컴플렉스 웅진플레이도시를 헐값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웅진 계열 골프장인 렉스필드컨트리클럽(CC)은 290억원이 넘는 손실을 떠안았다.

24일 금융감독원과 웅진그룹에 따르면 웅진홀딩스는 최근 웅진플레이도시 지분 80%에 해당하는 우선주 600만주를 9억원(주당 150원)에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 우선주는 렉스필드CC가 2009년 웅진플레이도시 유상증자에 참여해 300억원(주당 5000원)에 인수했던 것이다.

300억원 가치의 우선주를 9억원에 사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계열사 간 거래여서 주식가치를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에 따라 평가했기 때문이다. 웅진홀딩스 관계자는 “통상 비상장 주식가치는 미래 추정 실적을 현재가로 할인하는 방식으로 평가하지만 계열사 간 거래일 때는 상증법에 따라 지난 실적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극동건설과 윤석금 회장이 각각 43%씩 보유한 렉스필드CC는 투자원금 중 291억원을 까먹게 됐다. 2009년 렉스필드CC가 사들인 웅진플레이도시 우선주는 10년 후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전환권과 1년 후부터 원금에 금리 7.5%를 가산해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환권이 부여된 상환전환우선주였다. 하지만 지난해 렉스필드CC는 웅진플레이도시 우선주에 달린 상환권을 포기해야 했다. 지난해 실적부터 적용된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상환전환우선주는 자본금이 아니라 부채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300억원이 부채로 인식되면 웅진플레이도시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다.

웅진홀딩스가 증손회사인 웅진플레이도시 지분을 가져온 것은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행위 제한 요건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에선 증손회사에 대한 지배를 100% 자회사인 경우로만 한정해 놓고 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