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의 또다른 단면 '금리 역차별'…신용등급 높은 사람이 낮은 등급보다 이자 더 물어
#1.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이모씨(45)는 최근 분당에 있는 한 저축은행에 햇살론 대출을 받으러 갔다가 낭패를 봤다. 그는 연소득 2700만원에 신용등급이 6등급이어서 대출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지점에서 확인해 보니 신용등급이 최근 5등급으로 올라 햇살론을 받을수 없었다.

그는 햇살론을 받아 러시앤캐시 등 대부업체에서 빌린 연 30%대 고금리 대출을 갚을 계획이었는데 등급 상승으로 기회가 사라졌다.

#2. 인터넷 쇼핑몰업체 운영자 신모씨(39)는 최근 급하게 1000만원가량이 필요해 은행 문을 두드렸다. 은행 방문 전에 신용등급이 4등급으로 나와 충분히 낮은 금리에 대출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은행으로부터 ‘직장인 신용대출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연 9%대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는 답을 들었다. “새희망홀씨 같은 서민금융 상품을 신청할 수 없느냐”고 했더니 은행 직원은 “연소득 3000만원 초과자는 신용등급 5등급부터 새희망홀씨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며 거절했다.

○신용등급·신용대출금리 ‘거꾸로’

금융회사들이 정책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서민금융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금리 역차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신용등급이 높은 소비자가 신용등급이 낮은 소비자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것이다.

이씨와 같은 대환대출 이용자들에게 특히 금리 역차별 현상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신용등급 6등급 이하에게만 연 8.5~12.5% 대출(3000만원까지)로 갈아타게 해주기 때문이다.

경기 안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모씨(57)는 신용등급 7등급자다. 그는 사업 때문에 1·2금융권에서 1100만원을 빌려 연 20% 이상 금리를 물고 있었는데 신용회복기금의 대환대출(바꿔드림론)을 통해 최근 우리은행에서 연 9.5%짜리 1000만원 대출을 받아 기존 빚을 모두 갚았다.

채무기록이 모두 사라져 추가 대출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박씨의 신용등급이 5등급 이상이었다면 바꿔드림론은 이용하기 어렵다.

○“시장친화적 서민금융 필요”

은행에서도 새희망홀씨를 이용할 수 있는 5등급 이하 대출자가 이 상품을 이용하지 못하는 연소득 3000만원 초과 1~4등급 대출자보다 좋은 금리를 적용받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의 새희망홀씨대출 최저금리는 연 5.27%다.

우리은행의 최저금리는 연 6.79%, 신한은행은 연 6.55%다. 어지간한 3~4등급 대출자에 대한 일반신용대출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구조적인 금리 역차별’을 지적하고 있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금융의 수혜를 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시장이 나눠지지 않도록 용도별로 서민금융 지원 상품을 차별화하고 동일 상품에 대해서도 대출자의 신용 리스크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도록 해 보다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서민금융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연구위원은 “서민금융 지원창구를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회사로 집중해 정책금융과의 경쟁관계를 해소하고 서민금융회사의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은/박종서/김일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