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에디슨' 잭 도시 '연타석 대박'
“트위터 공동창업자인 잭 도시(35·사진)가 만든 회사니까 투자했다.”

영국의 억만장자이자 버진그룹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 경은 지난해 모바일 결제 업체 스퀘어에 투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만큼 잭 도시 스퀘어 최고경영자(CEO)를 신뢰한다는 것이다.

최근 스퀘어의 기업가치가 1년 만에 2배 가까이 오른 32억5000만달러로 평가되면서 창업자 도시의 성공 비결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06년 트위터를 공동 창업해 가입자 수 5억명 이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키운 주인공이다. 도시는 2008년 트위터 CEO에서 물러난 뒤 2010년 5월 스퀘어를 창립했다. 브랜슨 경에 이어 세계적인 커피체인 스타벅스도 지난달 스퀘어와의 동업을 선언하며 2500만달러를 투자했다. 트위터는 지난해 광고매출이 줄자 그를 다시 제품 총괄 회장으로 영입했다.

도시가 갖고 있는 스퀘어와 트위터의 지분가치를 합하면 10억달러가 넘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실리콘밸리에서 하나의 아이디어로 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많지만 전혀 다른 사업 아이템 두 개를 연이어 히트시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극찬했다.

○실리콘밸리의 에디슨

외신들이 분석한 도시의 성공 요인은 그가 ‘발명가가 아닌 아이디어맨’이라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아이디어를 융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탁월하다는 얘기다. 스퀘어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퀘어 이전에도 페이팔, 구글 등 많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모바일 결제 시장에 진출해 있었다. 이들은 모두 ‘돈을 내는 사람’ 입장에서 모바일 결제 시장에 접근했다. 소비자가 신용카드 대신 스마트폰만 들고 다니면 결제를 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스퀘어는 ‘역발상’을 시도했다. ‘돈을 받는 사람’에게 집중한 것이다. 스퀘어가 무료로 주는 조그만 기계를 스마트폰에 꽂으면 값비싼 단말기가 없어도 신용카드 결제를 처리할 수 있다. 미국의 2700만 중소상인 중 3분의 2 이상이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트위터도 기존에 있던 블로그와 문자서비스의 장점을 모은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퀘어의 기술에서 새로운 것은 거의 없다”며 “도시는 원래 있던 기술들을 엮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전구를 개발한 에디슨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혁신가보다는 경영자

도시가 다른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혁신가’보다는 ‘기업가’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인맥 관리, 자금 조달 같은 경영의 기본 원칙을 지키는 데 주력했다.

도시는 다른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처럼 기술적인 부분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그는 매주 한 번 이상 뉴욕을 방문해 고객사를 만나고 현장실사를 나간다. 시장조사업체 프라이브코의 샘 하마데 CEO는 “도시가 가진 수많은 벤처캐피털과의 인맥은 스퀘어의 성공요인 중 하나”라며 “그는 회사를 만들 뿐 아니라 발전시키는 리더”라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알려진 로렌스 서머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스퀘어의 이사회 멤버로 영입한 것도 그의 경영감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NYT는 “서머스의 존재가 스타벅스와 같은 대기업이 스퀘어를 믿을 수 있게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