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이어 보험사에서도 서류 조작이 확인됐다고 23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험 가입에 필요한 건강검진을 할 때 소변을 바꿔치기한 정황마저 드러나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인 K사의 고객 A씨는 최근 자신의 보험계약 13건의 서명이 위조됐다고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지난 1월 보험계약서의 서명이 위조된 사실을 알고 K사에 따졌으나 여태껏 해결되지 않아 민원을 냈다.

K사는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 가운데 10건은 설계사가 가입자 서명을 위조한 것으로 인정하고 계약을 해지, 환급금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나머지 3건은 'A씨 본인 서명이 아니다'는 감정사의 감정 결과가 나왔는데도 서명 위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더욱이 A씨에게 "금감원 민원을 취하하지 않으면 (서명 위조가 인정된) 10건의 환급금도 안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윽박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K사의 민원처리 과정이 다소 부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K사 민원처리센터 임원에게 시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서명을 위조한 보험설계사는 종신보험에 가입할 때 받는 니코틴 검사에서 소변을 바꿔치기했다.
흡연자는 보통 비흡연자보다 보험료가 비싸다.

이 설계사는 A씨에게 더 싼 값에 보험 가입을 할 수 있다면서 비흡연자의 소변을 병원에 제출한 것이다.

A씨는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 막심한 물질적ㆍ정신적 피해를 보았다"며 "무지한 고객이 영리한 대기업에 맞서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K사는 A씨의 주장이 사실로 파악된 만큼 신속한 조처를 약속했다. 설계사가 계약서를 꾸미는 '작성계약'이 없도록 내부통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사안은 개인사업자 성격의 설계사가 저지른 만큼 은행원이 대출서류 등을 조작한 것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K사는 주장했다.

K사 관계자는 "수많은 설계사 가운데 일부에서 사고가 터지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며 "경위야 어찌 됐든 고객에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K사 측에 사실조회를 요구하는 한편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조사에 들어갔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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