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은행 경영 실적을 평가할 때 서민금융을 평가 지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더불어 서민금융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책임은 묻지 않기로 결정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한 해 실적을 평가하는 경영실태 평가기준(CAMELs)의 ‘경영관리 적정성’ 부문에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소항목을 신설했다. 서민금융 실적을 점수화하고, 일정 기준에 따라 가점을 주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민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를 경영 평가에 활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민금융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없었다면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직원을 문책하지 말라’고 은행들을 지도했다. 서민금융 연체율이 다소 높아진다고 해서 은행에 그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대출 실적이 많을 경우 평가 항목 중 경영 건전성 분야에서 점수를 더 주기로 했다.

은행들은 서민금융 활성화라는 큰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리스크 관리라는 은행 본연의 목적을 잃지 않을지 불안해 하고 있다. 이미 햇살론의 대위변제율은 작년 말 4.8%에서 지난 6월 말 8.4%로 급등했다. 새희망홀씨 연체율은 이 기간 중 1.7%에서 2.4%로, 미소금융 연체율은 2.0%에서 3.1%로 높아졌다.

시장에는 서민금융 알선 전문업체가 등장해 가짜 서류를 꾸며주고 대출을 받게 해준 뒤 수수료를 챙기는 경우까지 등장하고 있다. A은행 서울 독산동지점 관계자는 “서울 구로에서 옷장사를 하고 있는데 장사가 안 된다며 새희망홀씨 대출로 1000만원을 빌려 달라고 찾아온 한 고객의 경우 서류가 너무 완벽해 느낌이 좋지 않았는데 다음달부터 연락이 끊어졌다”고 전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 연체 책임을 엄격히 물으면 제도 활성화가 어렵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무조건 대출을 내주는 게 좋은 것이라는 분위기가 자리잡으면 장기적으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적정 수준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은/장창민/김일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