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cross fit)은 그야말로 ‘극한의 피트니스’였다. 바벨을 들어올려 앉았다가 일어나는 스쿼트 클린, 엎드렸다가 점프하는 버피, 턱걸이 등 대단할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운동이었지만 세 가지를 조합해 집중적으로 하다보니 체력의 한계를 넘어섰다. 한 시간 남짓 계속된 격한 운동을 하고 나서 체육관 바닥에 대(大)자로 뻗어버리고 말았다.

크로스핏은 보디빌딩과 다르다. 보디빌딩이 헬스장에서 매일 비슷하게 반복하는 기구 운동을 통해 몸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라면 크로스핏은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미리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에선 소방관들이 위급 상황에 대비해 이 훈련법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크로스핏을 체험하기 위해 21일 서울 역삼동의 ‘리복 크로스핏 투혼’센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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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강사로 나선 이근형 마스터트레이너는 “실제 운동과 생활에 도움되는 기능적인 동작들을 매일 다양하게 한다”며 “이런 운동을 계속 강도를 높여가면서 하기 위해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운동을 하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그날의 운동(WOD·workout of the day)’은 세 개씩 매일 달리 한다.

준비운동은 강남역 번화가 골목 곳곳을 달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격한 운동을 하기 전에 몸을 풀기 위한 것. 다양한 동작을 하다보니 벌써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오늘 WOD로 선정된 동작은 바벨을 들어올려 앉았다가 일어나는 스쿼트 클린(squat clean), 엎드렸다가 점프하는 버피(burpee), 턱걸이처럼 철봉을 잡고 온몸을 당겨 올리는 풀업(pull up)의 세 가지. 이 동작을 정확하게 배우는 것도 힘들었다. 근육을 모두 사용하다 보니 팽팽한 긴장감이 온몸에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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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본훈련이다. 처음이라 가장 낮은 단계인 C레벨로 WOD를 시작했다. 그러나 세 가지 동작을 15회-12회-9회 총 3세트나 해야 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았다. 바벨을 가슴까지 들어올린 뒤 앉았다가 일어서는 스쿼트 클린을 하다보니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에 부하가 걸렸다. 쉬었다가 계속하기를 몇 차례. 간단해 보이는 버피도 10회가 넘어가니 어지러웠다. 풀업을 할 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힘들게 1세트를 마쳤지만 아직 2세트가 남아있었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죽을 힘을 다해 2세트를 마치고 나니 다른 동료들은 거의 자신의 운동을 끝내고 있었다. 도중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포기할 겁니까”라는 강사의 말에 두 눈을 질끈 감고 다음 동작을 시작했다. 마지막엔 동료들이 주변으로 모여들어 박수와 환호로 격려해줬다. 젖 먹던 힘까지 쓴다는 말이 딱 맞았다. 3세트를 마치고는 그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 내 한계를 뛰어넘었구나’라는 만족감이 느껴졌다.

크로스핏은 자신의 기록을 적으며 동료들과 경쟁하는 구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운동 효과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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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스터트레이너는 “크로스핏은 세상에서 가장 빨리 건강한 몸을 만드는 운동이다. 몸을 가장 잘 안다는 의사들도 많이 하고 있다. 월드스타 비가 크로스핏으로 완벽한 몸을 만들었고 국가대표 스노보드 선수, 종합격투기 선수, 모델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크로스핏으로 몸을 가꾸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리복은 크로스핏에 적합한 의류와 신발 등을 내놓으며 ‘피트니스는 스포츠다’라는 문구로 피트니스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리복은 지난해 6월 서울 강남에 국내 첫 리복 크로스핏센터를 연 뒤 수원 부산 등 8곳에 센터를 열었다. 등록비는 센터별로 기간과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지만 월 18만~30만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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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스핏

cross fit. 바벨을 들고 앉았다 일어나는 스쿼트 클린, 엎드렸다가 점프하는 버피, 턱걸이 등을 통해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연성, 스피드, 민첩성 등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운동이다. 몸의 근육이 교차하는 지점에 초점을 맞춰 짧은 기간에 건강미와 육체미를 함께 가꿀 수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