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20일 오후 3시54분


기업들이 유상증자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으로 주식 수가 늘어난 계열사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이고 있다. 결산 때 계열사의 지분법 이익을 반영하려면 지분을 2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량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이 20% 미만으로 하락한 기업의 경우 장내에서 추가 매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동부CNI, 동부건설 23만주 매입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부CNI는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동부건설 주식 23만주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이로써 동부CNI의 동부건설 지분율은 20.54%로 상승했다. 동부건설의 유상증자 후 동부CNI 지분율이 20% 밑으로 떨어지자마자 장내 매입에 나서 다시 20% 위로 올려놓은 것이다.

동부건설은 지난달 신주 1400만주를 발행하는 5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이 30.59%로 올라갔다. 반면 동부CNI는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19.84%로 떨어졌다. 동부건설의 최대주주는 동부CNI에서 김 회장으로 바뀌었다.

동부CNI가 이후 장내 매입을 통해 동부건설의 지분율을 20% 위로 다시 올려놓은 것은 회계 문제 때문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지분율이 20% 이상이면 중대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고 지분법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20% 미만이면 매도가능주식으로 분류해 지분법을 인식할 수 없다.

동부CNI가 동부건설로부터 얻은 지분법 이익은 지난해 112억7000만원, 올 상반기 60억원에 이른다. 동부CNI의 상반기 순이익(83억원) 중 지분법 이익이 72.3%에 이른다.

STX 등은 신주인수권 행사 대비

STX와 케이피티유는 BW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주식을 사들이는 기업이다. STX는 지난 2월 25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한 STX팬오션에 대해 185만주(0.9%)를 추가 매입했다. STX의 STX팬오션 지분율은 27.36%로 지분법을 적용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전체의 14.8%에 이르는 BW의 신주인수권이 행사될 경우 STX의 지분율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BW 행사 가능시한은 2015년, 행사가격은 6980원으로 당장 물량이 나오진 않겠지만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STX팬오션이 싱가포르거래소에 상장된 탓에 연간 매입 물량에 제한이 있다는 점도 미리 매입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케이피티유도 같은 이유로 5월부터 유가증권 상장 계열사인 동양강철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지분율은 23%에서 26%로 올라갔다. 동양강철이 5월 400억원 규모로 발행한 BW의 신주인수권이 행사돼 케이피티유의 지분율이 낮아지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동양강철 신주인수권 170만주가 모두 행사되면 케이피티유 지분율은 17.8%(지분 추가매입 전 기준)로 낮아지는 상황이었다.

동부CNI와 STX는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상장 자회사 지분율 요건 20%를 맞춰야 할 의무도 있어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게 필수적인 상황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지분법 이익에 의존도가 큰 모기업의 경우 계열사 지분율 20%를 사수하기 위해 희석된 지분율 회복에 나서게 된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