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명민(40·사진)은 올 들어 쓴맛과 단맛을 모두 봤다. 연초 개봉한 영화 ‘페이스메이커’(46만명)는 실패했고, 여름에 개봉한 ‘연가시’(451만명)는 흥행에 성공했다. 그런 김명민이 20일 개봉하는 ‘간첩’으로 올 들어서만 세 번째 흥행에 도전한다. ‘간첩’은 기존 간첩영화와 달리 물가 상승과 가족을 걱정하는 고정간첩 이야기다. 19일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김명민을 만났다.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예요. 실향민의 아픔 같은 정치적인 이슈, 가족에 대한 사랑, 동료에 대한 우정 등을 모두 담았어요. 세대별로 느낌은 다르겠지만 저마다 즐길거리가 있습니다.”

김명민은 남파된 지 22년된 고정간첩 김과장 역을 맡았다. 공작금이 끊긴 지 오래여서 생계비를 벌기 위해 비아그라를 밀수해 판매한다. 어느날 북한 최고의 암살자 최부장(유해진)으로부터 남한에 망명한 고위급 인사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억척스럽게 살림살이를 하며 사는 부동산 중개인 강대리(염정아), 공무원으로 명퇴한 독거노인 윤고문(변희봉),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귀농 청년 우대리(정겨운) 등 고정간첩들이 합세해 암살작전에 뛰어든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간첩은 아닐 겁니다. 이들에게 간첩이란 직업일 뿐이죠. 물가가 올라 애를 태우는 모습 등이 일반인들이 고민하는 부분과 일치하거든요. 평범한 사람이 그런 고민을 하면 재미가 없겠지만 간첩들이 그런다면 재미있지 않겠어요.”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암살작전 도중 벌어지는 격투 신과 추격 신이다. 격투 신은 간결한 액션으로 박진감있게 처리됐고, 고가도로 위에서 싸우다가 그 밑에서 달리는 자동차 위로 떨어지는 추격 신은 흥미진진하게 연출됐다.

“고가도로 밑으로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스턴트맨이 대역을 했지만 떨어진 뒤 아스팔트 위에 나뒹구는 장면은 제가 했죠. 몸을 사리면 금세 눈에 보여요. 차라리 제 몸이 아픈 게 낫죠.”

10년 전 ‘스턴트맨’에 출연했을 때 액션스쿨에서 6개월간 특수훈련을 받았던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평소에도 보디빌딩으로 체력을 다진다고 한다. 이 영화는 나름대로 잘 만들어졌지만 흥행에 성공하려면 다른 요소들이 따라줘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영화 자체와는 별개로 시류를 잘 타야 합니다. ‘연가시’는 참신한 소재가 관심을 모은 덕분에 성공했어요.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고 있던 연가시란 기생충을 다뤘거든요. ‘페이스메이커’가 실패한 이유는 같은 날 개봉한 ‘부러진 화살’이 이슈를 모두 가져간 게 컸어요. 극장 앞에 중고생들이 길게 늘어섰더라고요. 마라토너 이야기인 ‘페이스메이커’가 올림픽 시즌에 개봉했더라면 좋은 결과를 냈을 겁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