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치유를 뜻하는 ‘힐링’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클래식 음악은 힐링의 개념에 무척 잘 어울린다. 대부분의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곡은 음악학자나 비평가들이 높이 평가하는 ‘역사에 변화를 몰고 온 혁신적인 곡’보다 통상적인 의미에서 감동을 안겨주는 곡들이기 때문이다.

음악가에게 필수적인 청력을 잃어가던 베토벤은 32세가 되던 1802년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작성하고 삶과 죽음 사이를 방황하다가 다행히 삶을 택했다. 그때부터 한동안 운명과 투쟁하듯 외향적인 곡을 작곡하며 스스로를 치유했다. 피아노 소나타 제23번 f단조 ‘열정’이 그런 예다. 이 곡의 성격에 대해서는 ‘비극적 초월’이라는 다소 철학적인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사교계 생활의 유희를 즐기는 자’라고 스스로를 표현하던 베토벤은 이렇게 유희가 아닌 고통스런 내면의 절제된 발산을 통해 삶과 예술의 탈출구를 찾았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