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보험사, 일제히 증자 추진

농협·KDB 등 수천억 규모
RBC 비율 낮아져 자본 확충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등 중소형 보험사들이 일제히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자산 확대와 규제 강화로 재무건전성이 나빠지고 있어서다.

KDB생명은 연내 3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하기로 하고 대주주인 KDB칸서스밸류 사모펀드 등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의 위험기준 지급여력비율(RBC)은 지난 6월 말 기준 193.8%다. 이 회사가 증자에 나선 것은 2010년 38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KDB생명 관계자는 “RBC가 낮은 편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경영을 하기 위해선 자본을 더 쌓을 필요가 있다”며 “증자에 성공하면 RBC가 300% 선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생명과 농협손보는 다음달 농협금융지주에서 대규모 자금을 받기로 했다. 농협생명은 3500억원, 농협손보는 600억원 수준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다음달 중순까지 증자대금을 모두 투입하면 보험 계열사들이 영업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KB생명과 한화손보, 롯데손보 등도 동시에 증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증자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KB생명 관계자는 “자산이 연간 30% 이상 증가하면서 RBC가 하락했다”며 “대주주인 KB금융지주가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준비하고 있어 이에 발맞춰 증자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KB생명의 RBC는 작년 6월 214.5%에서 1년 만에 162.1%로 떨어졌다.

앞서 하나HSBC생명은 지난달 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했다. 6월 기준 RBC가 162.3%로, 당국 권고치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하나HSBC생명은 증자를 통해 RBC가 250% 선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비율이 162.5%에 불과한 카디프생명 역시 증자와 후순위채 발행 등을 검토하고 있다.

중소형 보험사들이 일제히 증자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당국의 규제 강화다. 당국은 이달 말부터 단계적으로 가용 자본을 줄이는 식으로 RBC 산정을 엄격하게 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RBC 하락폭은 보험사에 따라 최대 10%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RBC 비율

Risk-based Capital. 보험사가 파산한다고 가정할 경우 보험금으로 내줄 수 있는 자기자본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 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100% 밑으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