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시인은 일흔이 넘었지만 항상 아이의 상상력을 보여줍니다. 시계의 시침과 분침에서 얼굴 표정을 떠올리는 시인의 마음에는 불로초라도 자라나 봅니다. 바쁜 일과 속에서 자주 보게 되는 시계. 시간에 쫓기는 일상이지만, 시계에서 시간만이 아닌 그리운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마음을 간직했으면 하고 바라게 됩니다.

처음엔 10시10분이 눈꼬리가 올라간 게 화난 표정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시침과 분침이 연결돼 있고, 그래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의 가느다란 한쪽 눈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8시20분은 눈꼬리가 처져 우울한 눈인 줄 알았는데 웃고 있는 한쪽 눈이었습니다. 시인의 의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달리 보면 조금은 나아지는 게 세상 아닐까요. ‘나 지금 몇 시일까?’라는 질문에 ‘시(詩)’로 답하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