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고수익 투자모델 점차 사라져…파생상품 1위 국민경제에 도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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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에게 듣는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행태가 점차 사라지면서 금융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40·사진)은 “새로운 규제가 생겨나고, 투자자의 성향이 바뀌면서 전통적인 금융업 모델은 무너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요즘 화두인 ‘투자자 보호’도 과도하면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캘리포니아대(UCSD)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김 위원은 금융제도 및 금융시장 관련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양도성 예금증서(CD)를 대체할 단기 지표금리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팀에 참여하는 등 활동폭을 넓혀가며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소장파 학자다.
○금융업, 새로운 성장모델 찾아야
금융 패러다임 바꿔야
美 등 선진국 저성장 속 고수익 추구하다 '충격'…외형 성장 집착 버려야
김 연구위원은 “전통적으로 증권 등 금융투자업은 고위험·고수익을 패러다임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그에 맞게 영업을 해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런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보인다”고 말했다. 고위험을 기피하고 안전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금융위기가 터진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오랜 기간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욕심을 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한 점이 문제였다는 게 김 위원의 시각이다. 그는 “한국도 저성장 구조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고위험·고수익 모델은 자칫 더 큰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업도 이런 패러다임 변화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게 김 위원의 조언이다.
외형 성장 위주인 금융회사들의 경영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는 게 김 위원의 생각이다. 그는 “거래소의 경우 틈만 나면 하는 얘기가 파생상품 거래량 세계 1위를 달성했다는 것이지만 그게 과연 국가와 국민 경제에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투자자 보호도 금융안정 위협
과도한 투자자 보호 문제
장기고정금리 늘리기 향후 큰 문제 불거질 수도…특정계층 가계부채 대책…선거철 포퓰리즘 가능성
김 위원은 요즘 금융업의 화두로 ‘투자자 보호’를 꼽으면서도 일방적으로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은 “금융업에도 마치 블랙컨슈머처럼 얼토당토 않은 문제를 제기하거나, 이를 빌미로 금융회사를 고소하는 행태를 보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정부가 은행 등에 대출 중 장기 고정금리 비중을 늘릴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도 과도한 투자자 보호의 일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업 속성상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향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없지 않은 상황에서 한 쪽만 보고 가는 것은 문제를 일으킬 소지를 만든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금융소비자들도 지금보다 깊고, 넓은 금융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게 김 위원의 생각이다. 그는 “정책적으로 또는 금융업계 스스로 금융소비자의 금융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정 계층이나 부문만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하우스푸어 등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달하고, 빚을 가진 국민이 1700만명인 상황에서 특정 계층을 위해 특정한 정책을 쓴다는 것은 선거철을 앞두고 또 다른 표퓰리즘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