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44)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삼성 임원인사 때 제일모직 경영기획담당 사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으로 옮겨온 뒤 대외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코차밤바주에서 열린 볼리비아 국영석유가스공사 YPFB와의 8억4000만달러 규모 암모니아요소 플랜트 건설 계약식에 회사를 대표해 참석했다.

볼리비아 측에선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카를로스 비예가스 YPFB 총재,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부통령, 호세 소사 석유에너지부 장관, 에드문도 노비요 코차밤바 주지사, 에드윈 카스테야노스 코차밤바 시장 등 고위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

김 사장은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 플랜트 계약식에 박기석 사장과 동행한 적은 있지만 회사를 대표해 혼자 공식 행사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둘째 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남편이다.
이 사업은 코차밤바주 엔트레리오스시에 하루 2100t 규모의 요소 비료 플랜트를 건설하는 것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의 첫 남미 진출 프로젝트다. 회사 측은 빠르게 성장하는 남미 시장을 본격 공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미에는 볼리비아를 비롯해 베네수엘라, 브라질, 콜롬비아 등 많은 자원부국이 있지만 역사와 언어의 장벽이 높아 스페인 등 유럽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다.

김 사장은 “볼리비아 경제 개발의 시발점이자 삼성엔지니어링의 남미 시장 진출 교두보라는 점에 있어서 의미가 크다”며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볼리비아와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올 상반기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어난 5조769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0년 한 해 5조2190억원의 매출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외형이 두 배 이상 커진 셈이다. 해외 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해온 점이 급성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세계경기침체로 성장 둔화와 수익성 악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신시장 개척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주요 시장인 중동에서 경쟁 심화로 원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8.3%로 정점을 찍은 영업 이익률은 2010년 7.76%, 2011년 7.71%로 하향세다.

김 사장의 글로벌 감각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는 제일기획 글로벌 전략담당을 거쳤고 삼성엔지니어링에서도 글로벌 전략을 맡고 있다. 지난해 빙상경기연맹 회장 자격으로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세계 각국 인사를 만나며 쌓은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다.

이 비료 플랜트는 볼리비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요소 비료를 본격 생산하면 코차밤바주의 경작 가능 면적이 2.5M㏊에서 105M㏊로 확장, 농업 혁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직접 계약식에 참석하는 등 적극 나서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2010년 LG화학 기술연구원과 충북 오창공장을 찾아 LG의 2차전지 기술력을 살펴보기도 했다. 구본무 LG 회장이 당시 연구시설과 생산공장을 직접 안내했다. 볼리비아는 2차전지 재료인 리튬의 세계 최대 보유국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