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은 미국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한 지 만 4년이 되는 날이다. 이른바 ‘리먼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 글로벌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국내 증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4년 전에 비해 40% 넘게 오르며 다른 국가 증시 상승률을 뛰어넘었다. 삼성전자현대차를 비롯해 한국 대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된 덕분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증시 영향력 상승으로 단기 변동성이 커진 점과 수출 및 내수업종 간 양극화는 해결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코스피지수 상승률 세계 최고 수준

13일 코스피지수는 1950.69에 마감됐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거래일인 2008년 9월16일(1387.75)에 비해선 40.56% 올랐다.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미국 S&P500(20.44%) 다우(22.13%) 등 선진 증시와 홍콩 항셍(9.71%)보다 월등히 높다.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인 주요국 증시는 미국 나스닥(42.86%)이 유일했다. 코스닥도 같은 기간 21.24% 올랐다.

한국 증시의 높은 상승률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간 덕분으로 풀이된다. 이들 종목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지수도 한 단계 레벨업됐다.

◆삼성 현대차그룹 시가총액 급증

삼성그룹 소속 16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2008년 9월16일 128조8775억원에서 270조3761억원(13일 기준)으로 109.79% 늘었다. 현대차그룹 소속 9개 상장사 시가총액(139조8233억원)도 239.21% 급증했다.

개별 기업별로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77조3321억원에서 191조6364억원(13일 기준)으로 147.81% 급증했다. 현대자동차 시가총액도 51조6548억원까지 상승하며 257.58% 늘었다. 기아차(611.11%) 현대하이스코(390%) 현대모비스(300.49%) LG화학(226.40%) 등도 시가총액이 200% 넘게 커지며 코스피지수의 강세를 이끌었다.

◆외국인 비중 늘고 단기 변동성은 커져

한국 우량주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도 커졌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2008년 9월16일 30.31%였던 외국인 비중은 12일 현재 34.26%로 높아졌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의 매매 패턴과 코스피지수 등락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상관계수도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0.23을 기록했지만 12일 0.76으로 커졌다.

단기 변동성도 심화됐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2004년부터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까지 코스피지수가 2개월 안에 10% 이상 빠진 횟수는 6번이었지만 2008년 9월 이후엔 8번으로 늘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리먼 파산 이후 단기적인 성격의 유럽 헤지펀드 자금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한국 증시의 단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0년 이후엔 부진한 내수주와 잘나가는 수출주의 차별화도 심화됐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