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 사망자 수가 25만7396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지난해 31.7명으로 20년 전인 1991년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선진국형 질병인 폐렴과 심장질환, 알츠하이머병 등의 사망률이 오른 반면 운수사고, 간질환 등은 사망률이 줄어들었다. 암 사망률은 12년 만에 소폭 감소했다.

◆폐렴·심장질환 사망률 급등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11년 사망원인통계’는 고령화와 경제 성장에 따라 사망 원인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사망자 수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70대 이상 사망자 수가 전년 대비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인구는 0.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70대 인구는 5.3%, 80대는 6.1%, 90대 이상은 9.3% 늘었다.

고령화와 경제 성장에 따라 사망 원인도 최근 10년 새 변화를 보였다. 지난해 10대 사망 원인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자살, 당뇨병, 페렴, 만성하기도(호흡기)질환, 간질환, 운수사고(교통사고), 고혈압성질환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 중 3대 질환인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의 순서는 10년 전인 2001년과 똑같다. 하지만 10년 전엔 순위에도 없었던 폐렴이 6위로 뛰어올랐고, 심장질환 사망률은 10년 전 인구 10만명당 기준으로 33.9명에서 49.8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간질환 사망률은 2001년 22.2명에서 작년 13.5명으로, 운수사고 사망률은 20.9명에서 12.6명으로 각각 떨어졌다.

◆남성 자살률, 여성의 두 배

이번 통계에서 눈에 띄는 점은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 사망률 6.6명을 기록, 운수사고를 제치고 여성 사망 원인 9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이 병은 남성 사망 원인에서도 13위에 올랐다. 서운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폐렴과 알츠하이머 사망률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한국도 선진국형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통계에 잡히기 시작했다는 뜻”이라며 “사망원인 변화에 따른 의료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률은 지난해 31.7명을 기록, 전년도 31.2명을 뛰어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년 전인 1991년(7.3명)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고 2001년(14.4명)에 비해선 119.9% 증가했다. 지난해 하루 평균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43.6명으로 1991년의 8.6명에 비해 5배 이상 급증했다. 남성 자살률은 43.3명으로 여성(20.1명)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