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5'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증권업계에서는 깜짝 놀랄 만한 변화는 없었지만 애플 충성도가 높은 사용자들이 많은 만큼 아이폰5의 잠식 효과는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애플이 공개한 아이폰5는 화면이 4인치로 기존 아이폰4S(3.5인치) 대비 커졌다. 인셀 디스플레이 사용으로 두께는 18% (9.3mm→7.6mm), 무게는 20% (140g→112g) 감소했다. 그 외에 롱텀에볼루션(LTE) 지원, A6 칩 사용, 카메라 기능 강화 등이 변화된 점이다.

애플은 오는 14일부터 사전예약을 받고 21일에 1차 출시국(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일본, 홍콩, 싱가폴 등 9개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은 1차 출시국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기존 애플 제품의 출시 주기를 고려해보면 다음달 중에는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이폰5의 가격은 2년 약정시 낸드 플레시 8기가바이트(GB), 16GB, 32GB 제품이 각각 199달러, 299달러, 399달러로 기존 아이폰4S와 동일하다.

◆스팩 변화 크지 않아…가격은 긍정적

증시전문가들은 아이폰5는 '개선'됐지만 '혁신'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홍성호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5는 하드웨어적으로 인셀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더 가볍고 얇아졌지만 그 외의 특성은 경쟁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이폰5에 탑재될 운영체제(OS)인 iOS6도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원은 "포토 셰어링 등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지만 새로운 OS버전을 대표할 만한 변화는 아니고 패스북이나 3G에서도 지원가능한 페이스타임 등도 지난 6월 열린 애플 개발자회의 (WWDC)에서 이미 선보인 내용으로 새롭지 않다"고 말했다.

송은정 이트레이드 연구원도 "아이폰5의 하드웨어 스펙은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기대 이상의 혁신은 없었지만 디스플레이 확대, 두께 감소, 롱텀에볼루션(LTE) 지원 등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이폰5의 성능은 iOS6와 결합해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5 성능에 대해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새로운 운영체제인 iOS6와 결합해 크게 향상될 수 있다"며 "특히 향상된 시리 기능과 아이클라우드 기능 등이 스마트카에 적용돼 생활 방식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폰5의 가격이 기존 아이폰4S와 동일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아이폰5는 아이폰4S 대비 스펙이 향상됐으나 제품 가격은 아이폰4S와 동일해 전반적으로 아이폰5 발표 컨퍼런스 현장 분위기는 예상보다 양호했다"고 밝혔다.

◆ 당분간 잠식 효과 피하기 어려워

아이폰5에 '혁신'은 없었지만 애플의 신제품을 기다려온 사용자들이 많은 만큼 아이폰5가 출시되면 국내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잠식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아이폰5가 인기를 끌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유진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5가 출시되면서 올 4분기 국내 휴대폰업체들의 북미시장 판매는 다소 위축될 수 있다"며 "아이폰5가 본격 판매되는 올 4분기에는 판매량이 4500만대 달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아이폰5가 기대 이상의 혁신을 보여주지 못해 장기적으로는 애플의 시장지배력은 다소 약화될 수 있다"며 "혁신이나 차별화 차원에서 삼성의 제품에 거는 기대가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 연구원은 "충성도 높은 아이폰 수요층으로 한동안 국내업체들의 수요 잠식은 불가피하겠지만 아이폰5에 혁신이 보이지 않아 오히려 장기적으로 국내 스마트폰 업체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아이폰5가 선전한다면 국내에서는 관련 부품주가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원 연구원은 "미국 현지 전망에 따르면 아이폰5는 출시 첫 주에 1000만대 이상 판매되고 내년 연간 기준 1억5000만~2억4000만대가 출하될 것"이라며 "아이폰5의 판매 추이 및 수요 강도에 따라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LG이노텍, 인터플렉스 등 관련 부품업체들의 주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폰5의 LTE 지원에 통신주들도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8월 말 현재 KT의 LTE 누적 가입자 수는 200만명"이라며 "이번에 아이폰5의 출시가 결정됨에 따라 연말까지 목표했던 400만명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아이폰 사용자는 KT 250만명, SKT 150만명으로 총 400만명"이라며 "KT의 250만명 아이폰 사용자 중 50만명은 3GS 모델을 사용중이고, 나머지 200만명 중 상당수가 아이폰4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돼 단순 아이폰 교체 수요만으로도 KT의 LTE 목표 가입자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김 연구원은 "아이폰의 출시와 주가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긴 하지만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이 출시되면 주가에는 분명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아이폰5는 LTE가 지원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흥행몰이를 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KT와 SK텔레콤의 주가에 플러스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