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사진)은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농어촌을 방문한다. 그런데 이번 주말(15일) 행선지는 다르다. 프로야구구단 SK와이번스의 홈구장인 인천 문학야구장이다. 2000여명의 농업인들이 나들이에 동행한다.

이날 문학야구장에선 SK와이번스와 기아타이거즈의 프로야구 경기가 잡혀있다. 여기서 대대적인 농산물 판촉전을 벌이자는 게 서 장관의 아이디어다.

그는 경기 시작 전 입장객들에게 신토불이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는 판촉물을 직접 나눠줄 계획이다. 5회 말 직후 장내 클리닝타임에는 관중들을 대상으로 퀴즈도 낸다. 정답을 맞힌 사람에겐 농산물 상품권을 준다.

서 장관이 야구장을 판촉장으로 삼은 이유는 남다른 ‘광고 효과’ 때문이다. 올해 프로야구는 역대 최고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마다 평균 1만1400명(8월 기준)의 관중이 찾고 있는데다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촌을 잘 알지 못하는 10~20대 도시민들이 많아 판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야구는 ‘지역색’이 강한 스포츠다. 구단마다 근거지가 다르기 때문에 향토 먹거리들과 연결한 마케팅이 가능하다. 최근 농식품부는 이 점에 착안, 지역 막걸리 제조업체들을 접촉하기도 했다. 각 구단 로고를 넣은 막걸리를 야구장에서 팔면 젊은 층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 2010년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병막걸리 판매가 시도됐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농식품부는 먹기 편한 캔막걸리를 만들면 맥주 매출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행사 기획이 쉽진 않았다는 후문이다. 원래는 야구장에서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열 생각이었지만 주변 상권의 반발에 부딪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원래 모든 구단을 대상으로 판촉전을 추진했지만 협조 의사를 밝힌 곳은 많지 않았다”며 “문학경기장을 본거지로 둔 SK와이번스가 나서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