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티켓 매출 1천억 육박…"반걸음 앞선 마케팅이 통했죠"
‘도둑들’(감독 최동훈)의 흥행돌풍이 여전하다. 12일 현재 1290만명이 관람해 이번 주말께면 ‘괴물’(1301만명)의 한국 영화 최다 관객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는 오리온그룹 계열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역대 1000만명을 돌파한 한국 영화 6편 중 3편(‘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도둑들’)을 보유한 강자다. 올 들어 배급한 5편의 한국영화로 28%의 시장을 점유, 17편을 배급해 24%를 차지한 CJ엔터테인먼트를 따돌리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올 상반기 최다 관객을 동원한 ‘범죄와의 전쟁’(469만명)에 이어 ‘도둑들’로 창사 10주년 흥행홈런을 터뜨린 쇼박스의 유정훈 대표(48)를 서울 도곡동 사옥에서 만났다.

▷‘도둑들’의 흥행 수익은.

“12일 현재 티켓 매출 927억원에서 부가세(10%)와 영화발전기금(3%) 등을 제하고 남은 806억원을 극장과 반분하면 제작 및 투자배급사에 403억원이 돌아온다. 여기서 총비용 240억원(총제작비 150억원, 배급수수로 45억원, 기타비용 45억원)을 뺀 순이익이 163억원이다. 최동훈 감독이 운영하는 제작사가 40%인 65억원, 쇼박스 등 투자사 몫이 98억원이다. 33%의 지분을 가진 쇼박스는 32억원의 투자수익에다 45억원의 배급수수료를 가져오니까 흥행수익은 총 75억~80억원이 된다.”

▷이번 주말이면 한국 영화 최다 관객 기록을 세울 것 같다.

“실험적인 영화였다. 초대형 블록버스터인데, 새로운 기법보다는 톱 배우를 모아 출연시키는 영화였다. 여태껏 손익분기점이 500만명 이상인 대작들은 신파 구도를 지녔지만 ‘도둑들’은 그런 것이 없는 순수한 오락영화다. 이런 영화가 먹히는 시대가 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중장년층의 영화에 대한 포용력이 커진 것이다. 그들은 영화에서 고전적인 요소인 ‘감동’만을 원하지는 않는다. 10대와 20대가 좋아하는 장르와 30~50대가 좋아하는 장르 간 장벽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30~50대도 주말마다 영화를 보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다.”

▷역대 한국 영화 흥행 ‘톱10’중 5편이나 보유하고 있다.

“늘 반걸음만 앞서 가자고 강조한다. 그러자면 마케팅이 중요하다. 마케팅이란 완성작을 알리고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뜻한다. 영화를 선택해 각색하고 매니지먼트까지 모두 관여한다. 우리가 만든 대형 흥행작들은 기존 패러다임을 기초로 조금 더 잘 만든다기보다, 예전에는 없었지만 ‘이런 영화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만든 작품들이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첫 전쟁 블록버스터였고 ‘괴물’은 제대로 만든 첫 한국 괴수영화였다. ‘도둑들’은 톱스타들을 모아 홍콩에서 향연을 펼친다면 관객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데서 출발했다. 쇼박스는 이런 식의 마케팅을 지향한다.”

▷스크린 확보에는 문제가 없었나.

“모기업 오리온이 메가박스를 매각한 후 벼랑 끝 전략을 채택했다. 콘텐츠 파워만으로 1000만명을 모아야 해 콘텐츠에 집중했다. 편수를 줄이고 내실을 강화했다. 올해도 지금까지 한국 영화를 5편만 배급했다. CJ에 비해 3분의 1도 안된다. 편수를 줄여 우리 작품을 적어도 2~3주간 시장에서 평가받도록 힘을 쏟았다. 사실 극장이 있을 때는 밀어주는 힘을 믿고 방만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극장을 매각한 후 작품을 새 체제에 맞게 다듬는 데 2~3년이 걸렸다. 올해부터 제대로 된 영화들이 나오고 있다.”

▷설립 10주년을 맞았는데.

“늘 새로운 도전을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영화적인 의미가 있다면 도전한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내년에는 3D(3차원)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를 합친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고’를 내놓는다. 프로야구를 하는 사랑스런 고릴라가 주인공이다. 온가족이 즐기는 판타지영화의 새 흐름을 선도할 것이다. 순제작비 230억원 중 중국에서 500만달러를 투자받아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개봉한다. 새로운 수익 정산 방식도 도입했다. 중국과 한국의 흥행 수익을 합산해 정산하는 것이다.”

▷한국 영화 전성기다.

“전성기를 맞은 비결은 기획력에 있다.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나와 관객층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김기덕 감독의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은 글로벌마켓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한국 영화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국내 영화기획자들에게는 새로운 자극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