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화 삼성전자 사장(사진 오른쪽)이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에게 포도를 구매하라고 재촉한다. 포도 한 송이를 시식한 최 실장은 "아, 맛있다"라며 만족스런 표정으로 "10개 주세요"라며 재래시장 상품권을 윤 사장에게 건넨다.
5kg 포도 10박스를 구입한 최 실장은 "내일 봉사나갈 때 선물로 줄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딜라이트 광장 앞. 파란색 조끼를 입은 삼성그룹 사장단이 추석맞이 농산물 직거래장터의 '일일 점장'으로 변신해 물건 판매에 나섰다.
이날 최고의 수완을 발휘한 주인공은 윤주화 삼성전자 사장. "나는 원래 농사꾼"이라며 고향이 수원 화성이라고 밝힌 윤 사장은 이날 자매결연 마을인 화성 쌍정리의 포도 판매에 열을 올렸다.
"이게 참 좋아." "그건 개인적으로 2개 살게요." "아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빨리 사. 얼른 장부에 적어." 윤 사장과 조수인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간에 주거니 받거니 실랑이가 벌어졌다. 조 사장이 개별적으로 사려던 포도를 더 많이 구입하게 한 것.
윤 사장은 광장 곳곳을 누비며 진열된 상품을 시식하고 열심히 구매했다. 토마토 코너를 방문한 윤 사장이 얼마냐고 묻자 직원이 "2만5000원" 이라고 하자 "어 조금 전 2만 원이었는데. 나한테 바가지 씌우는 거야"라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윤 사장은 125만 원어치의 토마토 5kg짜리 50박스를 구입했다.
카드로 한 번에 1200만 원 어치 쌀을 구입한 '통 큰' 스타일도 있었다.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은 크게 고민하지않고 화천 토고미쌀 300포대를 카드로 계산했다. 직원 조준희 씨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할부 아닌거죠" "너무 행복합니다"라고 만족해 했다.
조 씨는 "매우 감사하다. 자매 마을을 항상 잊지않고 이렇게 참여하게 해주셔서 힘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장터에서 배를 팔고 있던 박흥순 씨(과일로 여는 세상)도 "태풍으로 다 익은 농작물 80%가 떨어졌다" 며 "생산자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이번 행사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삼성은 추석을 앞두고 이달 10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전국 16개 사업장에서 430여개 자매마을과 협력해 직거래 장터를 개설하고 있다.
서초사옥 앞 직거래장터에선 오는 14일까지 11개 삼성그룹 계열사와 자매결연을 맺은 총 22곳의 자매마을에서 생산한 한우, 과일, 쌀, 참기름, 더덕, 황태 등 30여개 품목을 판매한다.
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