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상 받을 때 구리박스 나르던 15세 제 모습 떠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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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사자상 수상 김기덕 감독 귀국 인터뷰
“황금사자상 트로피를 받는 순간 청계천에서 무거운 구리박스를 나르던 15살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52)은 11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감격스러웠던 순간을 전했다.
“이 상은 한국 영화계에 준 상이 아닌가 해요. 1990년대부터 한국의 좋은 영화들이 꾸준히 국제무대에 소개돼 많은 성과가 있었고, 세계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어요.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이 누적돼 저에게 기회가 돌아온 것 같습니다.”
‘피에타’는 채무자의 돈을 뜯으며 살아가는 나쁜 남자(이정진) 앞에 어느날 엄마라고 주장하는 여자(조민수)가 찾아오면서 두 남녀가 겪게 되는 혼란과 점점 드러나는 잔인한 비밀을 그린 작품. 극단적 자본주의의 폐해와 구원의 문제를 다뤘다.
김 감독은 주위의 뜨거운 반응 덕에 일찌감치 수상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기자시사회가 끝나고 10분간 기립박수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이 ‘영화제를 운영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어요. 베니스 길거리를 못 다닐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기대가 컸기에 ‘올라갔다 떨어지면’ 정말 아플 것 같았는데 그래도 겸허하게 기다렸더니 수상을 하게 됐네요.”
김 감독은 앞서 “문재인의 국민이 되고 싶다”는 말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는 “제 인생에 교훈을 주는 세 사람이 있는데 이창동 감독, 손석희 교수, 문재인 후보”라며 “그 분의 정치캠프까지 참여하면 제 건강하지 못한 삶 때문에 피해를 줄 것 같아 멀리서 마음으로만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평소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하다. 이날도 영화배급 문제를 두고 쓴소리를 토해냈다.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을 타면 극장이 제 영화를 걸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와보니 현실은 그렇지 않더군요. ‘피에타’가 현재 퐁당퐁당(교차상영) 식으로 상영되고 있기 때문에 상영관뿐만 아니라 상영 횟수도 적습니다. 좌석점유율이 50%가 넘는데도 말이죠. 영화 ‘도둑들’처럼 점유율이 15% 미만인데도 1000만 관객 기록을 세우기 위해 아직도 상영을 하는 영화가 ‘도둑들’ 아닌가 생각합니다.”
‘피에타’는 상업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적은 비용인 1억3000만원이 들었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노 개런티’로 영화작업에 참여했기 때문. 그는 “적은 비용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수익이 나면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나누는 현재의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싶다”며 “언젠가 아무도 제작비를 대주지 않을 때를 준비하는 게 항상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시나리오”라는 그는 “‘피에타’가 그런 모델의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에게 대규모 투자 지원이 들어온다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을까. 그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50억원이든 1000억원이든 대규모 제작비가 들려면 그만한 가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책임이 들 때 그때 고민하겠습니다.”
‘피에타’로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그는 “‘피에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를 통해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삶 자체가 돈 때문에 인간, 가족이 파괴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돈 중심의 사회가 돼버렸죠. 그런 사회현상을 보고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 결말 같은 비극이 없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만들었습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영화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52)은 11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감격스러웠던 순간을 전했다.
“이 상은 한국 영화계에 준 상이 아닌가 해요. 1990년대부터 한국의 좋은 영화들이 꾸준히 국제무대에 소개돼 많은 성과가 있었고, 세계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어요.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이 누적돼 저에게 기회가 돌아온 것 같습니다.”
‘피에타’는 채무자의 돈을 뜯으며 살아가는 나쁜 남자(이정진) 앞에 어느날 엄마라고 주장하는 여자(조민수)가 찾아오면서 두 남녀가 겪게 되는 혼란과 점점 드러나는 잔인한 비밀을 그린 작품. 극단적 자본주의의 폐해와 구원의 문제를 다뤘다.
김 감독은 주위의 뜨거운 반응 덕에 일찌감치 수상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기자시사회가 끝나고 10분간 기립박수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이 ‘영화제를 운영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어요. 베니스 길거리를 못 다닐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기대가 컸기에 ‘올라갔다 떨어지면’ 정말 아플 것 같았는데 그래도 겸허하게 기다렸더니 수상을 하게 됐네요.”
김 감독은 앞서 “문재인의 국민이 되고 싶다”는 말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는 “제 인생에 교훈을 주는 세 사람이 있는데 이창동 감독, 손석희 교수, 문재인 후보”라며 “그 분의 정치캠프까지 참여하면 제 건강하지 못한 삶 때문에 피해를 줄 것 같아 멀리서 마음으로만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평소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하다. 이날도 영화배급 문제를 두고 쓴소리를 토해냈다.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을 타면 극장이 제 영화를 걸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와보니 현실은 그렇지 않더군요. ‘피에타’가 현재 퐁당퐁당(교차상영) 식으로 상영되고 있기 때문에 상영관뿐만 아니라 상영 횟수도 적습니다. 좌석점유율이 50%가 넘는데도 말이죠. 영화 ‘도둑들’처럼 점유율이 15% 미만인데도 1000만 관객 기록을 세우기 위해 아직도 상영을 하는 영화가 ‘도둑들’ 아닌가 생각합니다.”
‘피에타’는 상업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적은 비용인 1억3000만원이 들었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노 개런티’로 영화작업에 참여했기 때문. 그는 “적은 비용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수익이 나면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나누는 현재의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싶다”며 “언젠가 아무도 제작비를 대주지 않을 때를 준비하는 게 항상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시나리오”라는 그는 “‘피에타’가 그런 모델의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에게 대규모 투자 지원이 들어온다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을까. 그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50억원이든 1000억원이든 대규모 제작비가 들려면 그만한 가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책임이 들 때 그때 고민하겠습니다.”
‘피에타’로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그는 “‘피에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를 통해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삶 자체가 돈 때문에 인간, 가족이 파괴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돈 중심의 사회가 돼버렸죠. 그런 사회현상을 보고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 결말 같은 비극이 없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만들었습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