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증가 속도 둔화됐다지만…2금융권 대출 '위험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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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조7000억 늘어 647조
예금기관 대출 사상최대
취약계층 부채 대책 시급
예금기관 대출 사상최대
취약계층 부채 대책 시급
은행 상호금융 등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까지 포함할 경우 이미 1000조원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은행보다 금리가 높고 취약계층이 거래하는 제2금융권 대출이 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이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잔액은 647조6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7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5월 이후 3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은행권 대출이 7000억원, 상호저축은행 신협 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이 1조원 증가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 증가액 중 8000억원은 마이너스 통장 등 생계형 대출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3조1000억원 증가)의 절반 수준으로 증가폭이 축소된 데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6월 1조2000억원 증가했던 은행 주택대출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7월에는 7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이미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증가속도가 둔화된다고 안심할 수 없다”며 “경기가 급속히 나빠지고 있고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는 상황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증가분을 반영할 경우 전체 가계대출(자영업 대출 포함)은 1087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대출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령자와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부실 가능성이 큰 제2금융권 부채가 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올 들어 7월까지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은 5조2000억원 늘어, 은행 대출 증가분(2조7000억원)의 2배에 육박했다.
지난 10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거래 활성화 방안도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란 진단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장은 “한시적인 취득세와 양도세 감면이 부동산 시장의 불황을 돌려 놓진 못할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원하지 않는 급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그렇게 되면 가격이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차환대출을 통해 가계 이자부담을 줄여주거나 취약계층을 위한 선제적인 가계부채 구조조정 방안을 준비할 것을 제안했다. 신 실장은 “은행권과 제2금융권 대출이자의 중간 정도인 상품으로 가계 이자부담을 완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실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다고 보면 가계부채 문제가 확산되기 전에 상환불능 채무자를 위해 채무조정 등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