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로 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대학생과 직장인이 늘면서 대학가에 월세가 저렴한 ‘원룸텔’ 수요가 늘고 있다. 원룸텔은 9.9~19.8㎡(옛 3~6평) 크기의 1인용 초미니 원룸주택이다. 방은 작지만 화장실과 침대, 냉장고 등 생활시설이 필수적으로 설치된다.

원룸텔은 소규모 미니주택부류에 포함되는 고시원·오피스텔의 중간쯤 되는 상품이다. 원룸텔은 2000년대 중반 들어 불어닥친 오피스텔에 밀려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월세가 100만원에 육박하면서 여기서 밀려나는 세입자들이 크게 늘었고, 이들을 대상으로 원룸텔이 다시 늘고 있는 것이다. 땅 값이 비싼 강남보다는 신촌과 동대문, 청량리 등 대학가와 지하철 환승 노선 주변에 50실 이하 규모로 많이 들어선다. 서강대 인근 대흥동 S공인 대표는 “월세가 40만~50만원 선의 원룸텔은 대학생은 물론 광화문·마포권 직장인들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실당 분양가가 1억원대 이하여서 오피스텔보다 임대료가 적어도 수익률은 높은 편이어서 투자자들도 원룸텔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한양대·건국대·경희대 등이 가까운 장안동에서 선보인 ‘루아르’(조감도) 원룸텔(30실)은 분양가가 8900만원부터다. 1실에 1억6000만원짜리 오피스텔의 경우 연 6% 수익률을 올리려면 보증금 1000만원에 매달 월세를 90만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 그러나 8000만원짜리 원룸텔은 매월 50만원만 받아도 비슷한 수익률이 나온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원룸텔 등 초소형 다가구주택의 급증을 해당 지자체와 서울시가 주거 품질을 고려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곧바로 주거지역 슬럼화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료가 저렴한 초소형주택의 경우 영세주택업자들이 공급하는 사례가 많아 건축 품질 저하와 사후관리 부실로 큰 사회문제로 부각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구청의 건축과 관계자는 “원룸텔 등 저비용 임대주택은 자칫하면 시공·관리부실에 따른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 인·허가 과정에서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