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라면 신제품 성적표 보니…진짜진짜·꽃게짬뽕 선전
‘진짜진짜, 돈라면, 남자라면, 앵그리꼬꼬면, 꽃게짬뽕, 불닭볶음면….’

올해는 유난히 라면 신제품이 많이 나왔다. 지난해 하얀국물 라면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인 최근 3개월 동안 새 라면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9일 한 대형마트의 6~8월 라면 매출을 보면 농심 ‘진짜진짜’와 풀무원 ‘꽃게짬뽕’ 등은 선전했고 삼양식품 ‘돈라면’, ‘불닭볶음면’과 팔도 ‘남자라면’ 등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판매 순위는 진짜진짜 6위, 꽃게짬뽕 9위, 남자라면 18위, 불닭볶음면 27위, 돈라면 59위였다. 이 대형마트의 전체 라면 품목은 120여개다.

농심이 ‘제2의 신라면’으로 지난 4월 선보인 ‘진짜진짜’는 출시 3주 만에 5위에 올랐다. 소비자들의 호기심으로 생긴 ‘반짝 효과’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후 꾸준히 5~8위에 들면서 신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등에 이은 농심의 또 다른 스테디셀러가 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홍문호 농심 면마케팅팀장은 “하얀국물 라면의 인기가 시들해진 시기에 진짜진짜가 매운 맛을 찾는 소비자들의 새로운 욕구를 잘 파고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출시된 풀무원의 ‘꽃게짬뽕’도 10위권에 들어 눈길을 끌었다. 풀무원 제품이 이 대형마트 라면 판매량 10위 안에 든 것은 처음이다. 꽃게짬뽕 한 봉지 가격은 일반 라면의 2배 수준인 1490원이다.

민지현 풀무원 라면상품 매니저는 “꽃게짬뽕은 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아 칼로리가 355㎉에 불과하다”며 “웰빙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지난 6월 충북 음성의 라면공장을 증설하는 등 라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홍호림 이마트 가공식품담당 팀장은 “다소 비싸더라도 건강에 좋은 제품을 찾는 트렌드는 라면뿐 아니라 전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나가사끼짬뽕’과 ‘꼬꼬면’으로 하얀국물 시장에서 재미를 봤던 삼양식품과 팔도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삼양식품이 ‘갈색 국물 라면시장을 새롭게 창출하겠다’며 지난 3월 야심차게 출시한 ‘돈라면’은 6월 38위에서 지난달 59위까지 내려앉았다. ‘불닭볶음면’도 30위권 내외였다. 팔도 ‘남자라면’은 15~18위권에 머물렀다.

하얀국물 라면은 가파른 하락세다. 지난해 12월 2위까지 올랐던 꼬꼬면은 30위로 떨어졌으며, 3위였던 나가사끼짬뽕도 6월 이후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팔도 ‘비빔면’(8월 7위)은 여름 특수를 누렸다.

또 1~5위에는 신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짜파게티, 삼양라면 등이 포진해 스테디셀러의 힘을 보여줬다. AC닐슨에 따르면 국내 라면 제조업체들의 올 상반기 라면 매출은 약 92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965억원)보다 3.3% 늘어났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