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업소 언니들 먹던 마약떡볶이, K팝스타 입맛 호령하다
"유천이가 먹던 지옥라면 도전하러 갑니다", "가는 길 찾느라 힘들었는데, 줄을 섰다가 먹었네요", "JYJ 팬이라면 성지순례코스죠"….

논현동 미용실 골목의 '공수간'. 이름도 생소한 이 분식집이 뭐 그리 대단할까 싶었다. 하지만 인터넷에 검색어를 넣는 순간 수많은 K팝스타들의 성지순례 코스로 꼽히고 있었다. JYJ를 비롯해 장나라, 손담비 등이 이 가게 단골이다. 배우도 예외는 아니다. 김성수, 차승원, 한가인-연정훈 부부까지…. 그렇지만 9일 방문한 공수간에는 흔한 사인지며 스타들의 사진 한 장 걸려있지 않았다.

"저희는 특별대우 같은 거 없어요. 그분들도 먹으러 온 거지 팬서비스 하러 온 게 아니잖아요. 스타들은 주로 매니저가 줄 서 있다가 주문해서 사가곤 하시는데, JYJ 멤버들은 스태프들과 함께 직접 줄서 있다가 사먹곤 하더라구요."

김민수 공수간 대표(37·사진)가 쑥스러운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즈막한 건물에는 '공수간'이라는 문패와 트레이드마크인 잔뜻 쌓아올린 튀김이 자리잡고 있었다. 55㎡(약 17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그나마도 옆가게였던 철물점 자리를 사들여 리모델링을 통해 확장한 것이다. 그 전에는 테이블 3개에 불과한 25㎡의 규모였다고.

오후 4시가 막 넘은 시간인데 영업은 커녕 재료를 손질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오픈시간은 오후 6시. 여느 분식집처럼 낮 시간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까닭이다. 손님이 가장 붐비는 시간은 밤 12~새벽 2시께다. 일본인 관광객까지 가세한 줄이 10여m 이어지고 '해주세요'라는 심부름센터 오토바이가 부지런히 신사동, 압구정동, 삼성동까지 배달을 다니면서 진풍경을 연출한다. 이런 풍경이 일주일 내내다. 주요 메뉴는 국물 떡볶이, 튀김, 라면 등 흔한 분식집 메뉴다.

조그마한 가게에 종업원만도 10명에 달했다. 김 대표를 비롯해 친동생인 김창수씨, 어머니인 제순덕씨 그리고 동생의 친구, 친구의 동생까지 일하고 있었다. 심지어 김 대표의 부인도 가게 오픈 전에 와서 가게 준비를 돕고 있었다. 딸까지 재롱으로 할머니와 엄마, 아빠를 응원해줬다. 내부의 풍경만 보면 일본에서 가업을 대대로 이어온 오래된 점포인 '시니세'를 연상케 했다.

흔한 떡볶이와 튀김으로 메뉴로 논현동 불야성의 주인공이 된 '공수간'. 말의 사전적 의미는 '절에서 맛있고 깨끗한 음식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깔끔하고 정결한 음식을 만들어 내는 부엌이 되자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2008년 창업 후 4년 만에 생소한 '공수간'이라는 이름은 공수간 골목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렇게 성공을 이끌게 된 계기는 '가족'과 '가난'이었다.
야간업소 언니들 먹던 마약떡볶이, K팝스타 입맛 호령하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보석감정사 공부를 했지만 최종시험에서는 매번 떨어졌습니다. 제가 색약이더라구요. 그래도 자신감 하나로 도전했는데 그렇게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고 기획사의 매니저 일이나 조그만 회사에서 회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외환위기와 고졸 학력으로 김 대표가 번듯한 회사를 다니기는 불가능했다. 이러한 중에 2005년 어머니와 식당을 운영중이었던 동생이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온 가족이 생업을 포기하고 병원에서 몇 개월을 지내면서 각오를 다졌다. 경동시장에서 2000원 짜리 떡볶이를 세 식구가 나눠 먹으면서 '독하게' 사업을 결심한 것도 이맘 때다. 본격적인 사업준비는 2008년부터 시작됐다.

"가족과 함께 할 사업을 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평생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저희 뒷바라지를 한 어머니가 더 나이드시기 전에 자리를 잡아야겠다고도 생각했구요. 4개월동안 가게를 준비하면서 서울 시내에 안 다녀본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금융위기가 오면서 목좋은 곳들이 매물로 나왔더라구요. 입소문이 빠른 곳이 강남이고 그 중에서도 그나마 월세가 낮은 논현동 안쪽 골목에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사업을 시작할 무렵 불어닥친 금융위기로 동네 가게들이 매물로 나왔다. 공수간이 자리잡은 곳도 초등학교 근처로 동네분식집 자리였다. 지인들의 돈을 빌리고 카드깡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라면과 우동 전문점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가게 앞에 버려져있는 떡볶이판과 튀김팬을 활용하기로 했다. 철거비로 돈이 더 들어간다는 것 알고 메뉴로 만들었다. 그렇게 추가된 떡볶이와 튀김 메뉴가 6개월 만에 대박을 쳤다.

일식집에서 튀김을 요리했던 동생의 노하우와 논현동에서의 입소문이 제 몫을 했다. 야간업소 근무자들이 밤참으로 배달을 시켜 먹으면서 '마약 떡볶이', '공포의 지옥라면', '김말이 맛집'이라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집으로 야간업소로 노래방으로…. 밥 삼아 안주삼아 배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조용하던 논현동 구석진 골목은 심부름센터 오토바이가 진을 치는 아지트가 됐다. 지금은 없지만 '공수간 앞집'이라는 가게도 생겨날 정도로 일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야간업소 언니들 먹던 마약떡볶이, K팝스타 입맛 호령하다
"초기에는 메뉴도 지금이랑 달랐죠. 오픈시간도 왔다 갔다 했어요. 아침에 오픈해도 속풀이 손님 정도 밖에 없더라구요. 맵기만 한 떡볶이는 매니아층 외에는 인기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여러 메뉴에서 실패를 겪으면서 노하우를 쌓기 시작했습니다. 맛은 속일 수가 없는지 2009년초 무렵부터 손님이 급격히 늘기 시작하더라구요. 저희 집 맛의 비법을 공개하자면 '다시국물'과 '수작업'입니다."

떡볶이, 라면 등 온갖 메뉴는 다시마로 끓여낸 국물로 조리된다. 어느 하나 맹물로 조리된 게 없었다. 가게 준비의 시작도 다시국물을 내면서부터였다. 너무하리만큼 '수작업'도 많았다. 대표적인 메뉴가 김말이 튀김이다. 당면을 삶아내고 양념을 해서 김에 만다. 준비시간에 만들어내는 김말이만 1000개다. 이것도 영업이 시작되면 4~5시간 만에 동나곤 한다. 이러한 인기에 노하우를 전수받으려하거나 가맹점을 내자는 유혹은 없었을까? 실제 분식점도 가맹점화되면서 몇 년전부터 아딸, 죠스떡볶이, 국대떡볶이 등이 번성하고 있다.

"그동안 주변의 수많은 프랜차이즈 권유가 많았지만 뿌리쳐왔습니다. 이유는 가맹점을 하면 원래의 맛이 훼손될까 하는 두려움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할 충분한 준비가 됐고 맛의 표준화도 완성 단계입니다. 이러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리모델링도 과감하게 한 거구요."

김 대표는 주변 지인들과 올해초 주식회사 공수간을 만들었다.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전개하고 '프리미엄 K푸드'라는 슬로건 아래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배고팠던 시절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가맹점 사업으로 노하우를 어려우신 분들과 가족들에게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리고 싶어요"라며 작은 바람을 남겼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 사진= 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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