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은 7일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적 국채매입 프로그램 실시 조건인 4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증권사 박상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새로운 국채매입 프로그램인 OMT는 바로 실시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는 12일 유로화안정기구(ESM)에 대한 합헌 판결여부가 ECB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 분위기상 합헌이 결정될 가능성은 높다고 봤다.

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SM의 합헌 결정보다 더욱 중요한 변수는 스페인 혹은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신청 여부"라며 "마리오 드라기 총재도 밝힌 바와 같이 ECB의 국채매입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혹은 ESM에 정식으로 지원을 요청하고 필요한 이행 조건을 수용해야 하는 전제조건이 달려 있다"고 했다.

따라서 스페인 등이 구제금융 신청을 통해 ECB의 통제를 수용할지도 남아 있는 변수라는 지적이다.

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불태화 조건도 주목할 변수"라며 "불태화 정책은 국채매입을 위해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지 않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와 차별화되는 조치로 유동성 공급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이번 국채 매입 프로그램에 독일 중앙은행이 반대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일부 유로존 회원국의 반발도 높아질 수 있다"며 "특히 핀란드와 더불어 12일 총선이 실시되는 네덜란드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야당이 승리할 가능성도 있음은 향후 ECB 행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은 단기적으로 PIGS 국채시장 안정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며 "다만 전제조건들이 충실히 지켜질지 여부와 일부 유로존 국가들의 반발을 얼마나 무마할 수 있을지는 드라기 총재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