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을 등졌던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돌아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때 1900대 후반까지 급반등했던 코스피지수가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가격 부담이 줄어든 데다 중·소형주와 코스닥 종목의 상대적인 선전이 이어지자 개미들의 투자심리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개인들은 최근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며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기아차 삼성전자 등 단기 낙폭 과대주와 포스코 LG화학 OCI 현대중공업 신한지주 등 장기 소외주가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포함됐다.

○8월 마지막주부터 순매수 전환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간 기준으로 지난 8월 마지막주(27~31일)부터 순매수로 돌아섰다. 개인들은 8월 둘째주(6~10일)에 3조367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한동안 차익 실현에 열중했다. 그러다 8월 마지막주에 2998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번주 들어선 이날까지 6318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 밑으로 떨어진 지난 5일에는 5490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집했다.

증권사 일선 영업점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배진묵 대우증권 방배지점장은 “6~7월에는 주가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주식을 팔아 본전이라도 챙기겠다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최근 들어선 매수를 문의하는 개인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전했다. 류승하 우리투자증권 신목동지점장은 “개인들은 중소형주에 투자했다가 물려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대형주가 조정을 받는 사이 중소형주가 많이 오르자 손실을 회복한 뒤 그 돈으로 매수할 종목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개인들이 본격적인 주식 매수에 나서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게 증권사 지점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배 지점장은 “최근 주식을 사는 고객들은 소액 자금을 굴리는 단타 성향의 투자자가 대부분”이라며 “큰 자금을 갖고 있는 고객들은 여전히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단기 낙폭 과대주+장기 소외주’ 매수

개인들은 앞으로 코스피지수가 오를 것에 ‘베팅’하고 있다. 개인들이 주식을 본격적으로 사기 시작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5일까지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을 분석한 결과 KODEX레버리지가 2162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최근 몇 달간의 학습효과로 코스피지수가 1900선 근처까지 내려오면 다시 반등한다는 걸 체득한 단기 투자 성향의 개인투자자들이 박스권 장세에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개별 종목으로 가면 크게 두 가지 흐름이 파악된다. 개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은 기아차(1927억원) 삼성전자(1345억원) 현대차(848억원) 등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보기술(IT)주와 자동차주를 둘러싼 각종 불확실성이 최근 불거지긴 했지만 낙폭이 과도해 개인들은 매력적인 주식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개인들은 올 들어 줄곧 부진을 면치 못했던 포스코(696억원) 현대제철(517억원) 등 철강주, LG화학(1152억원) 호남석유(684억원) OCI(550억원) 등 화학주, 현대중공업(886억원) 대우조선해양(533억원) 등 조선주를 사들이고 있다. 과거 고점에 비해 하락폭이 커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종목을 저점 매수하는 걸 선호하는 개인투자자 특유의 투자 성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