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사람만을 위한 공간.

한 남성이 로맨틱한 촛불아래 그들만을 위해 준비된 식사를 한 뒤 청혼반지를 내밀며 프로포즈를 한다.

이때 두사람의 추억이 담긴 영상이 음악과 함께 한쪽 벽면 스크린에 펼쳐진다. 이날 두사람에게는 평생 잊지못할 추억 하나가 업로드됐다.

최근 기억에 남는 프로포즈를 하기 위한 남녀들에게 원테이블 레스토랑이 각광받고 있다.

2003년쯤 생기기 시작한 원테이블 레스토랑은 말그대로 단 한개의 테이블만을 보유한 레스토랑을 말한다.

프로포즈는 물론 각종 기념일 등에 식사를 하기 좋은 장소로 인기를 끌면서 각종 이벤트를 겸비한 원테이블 레스토랑이 속속 생겨났다.

평상시에는 여러 테이블을 두고 운영을 하다가 예약시에만 테이블을 하나만 남기고 풍선이나 꽃잎으로 화려하게 꾸민 이벤트 등을 통해 프로포즈를 도와주는 전용 식당도 늘어나는 추세다.

수많은 원테이블 레스토랑 중 강북 대표 '라 깜빠냐'와 강남 대표 '인뉴욕'을 직접 찾아가봤다.
그곳에 가면 단지 '우리둘' 뿐이다
먼저 찾아간 '라 깜빠냐'(서울 중구 장충동2가 191-11)는 3~4평 내부에 주방을 보고 앉는 바 형태의 테이블이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곳이다. 얼핏 보면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담한 내부는 유럽 어느 한적하고 아늑한 레스토랑과 같은 느낌을 준다.

두명이 앉으면 꽉 찰 정도로 좁은 공간이지만 답답하다는 느낌보다는 푸근하다는 생각이 든다.

쉐프이자 홀로 운영을 맡고 있는 손창범 사장은 2003년 당시 소규모 옷가게로 운영되던 공간을 '라 깜빠냐'로 개조하고 정통 이탈리안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손 사장은 "개업할 당시 원테이블을 목표로 했던건 아니다. 작은 규모의 레스토랑을 하고 싶었는데 워낙 가게가 좁다보니 자연스럽게 원테이블 레스토랑이 됐다. 코스메뉴가 기본이지만 자주 찾는 단골들을 모른체 할 수 없어 파스타 단일 메뉴도 다양하게 구비해놨다"고 전했다.
그곳에 가면 단지 '우리둘' 뿐이다
라 깜빠냐에서 자랑하는 메뉴는 올리브파스타. 연인들의 특별한 날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코스요리는 1인당 6,8,10만원으로 다양하다.

손 사장은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재료는 그날그날 준비해 신선할 수 밖에 없다. 구입에서 마지막 손질까지 내가 직접하며 언제 찾아도 맛의 차이가 없는 점이 장점이다"고 말했다.

실제 10년동안 식당을 운영하면서 명절을 제외하고 불가피하게 가게문을 닫은 날은 단 하루에 불과할 정도로 손창범 사장의 성실함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프로포즈를 하는 방식도 유행이 있는데 요즘엔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에 반지를 몰래 넣어두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드라마나 영화속 유행을 좇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가 인기를 끌 당시에는 스케치북에 사랑의 메시지를 적어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악기 등을 연주해 감동을 자아내는 경우가 잦다고.

손 사장은 "실제 나도 한 이벤트 장소를 빌려 피아노 치며 현재 아내에게 프로포즈했다. 그런데 음식맛이 형편없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날 감동이 없는 음식을 먹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실제 경험이 있기때문에 라 깜빠냐의 맛 하나는 믿어도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프로포즈 추세에 대해서는 "너무 완벽하게 모든걸 갖추고 하려하기보다는 좀 미숙해도 자신의 진심을 담아 하는 이벤트에 여성분들이 더 감동하는 것 같다"고 귀뜸했다.
그곳에 가면 단지 '우리둘' 뿐이다
'인뉴욕'(서울 강남구 신사동 627)은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한 주택의 주차장이었던 곳을 2004년 이송희 사장이 단돈 1천만원을 가지고 창업했다. 오픈한지 얼마안돼 각종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원테이블 레스토랑'의 붐을 주도하게 된다.

푸드스타일을 공부했던 이 사장은 남편과 함께 운영한 '인뉴욕'의 성공으로 인해 불과 1년만에 도산 공원 근처에 이탈리안 정통 레스토랑 그랑씨엘, 또 1년 후에는 마이쏭까지 오픈하며 외식업계 대가로 승승장구하게 된다.

강남에서도 대표적인 원테이블 레스토랑 답게 주말은 2~3주 전에 예약을 해야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 이곳 운영과 요리를 맡고 있는 강영대 쉐프는 "예약 손님의 70%는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온다. 아무래도 가격대가 있다보니 주 고객측은 30대, 또는 기념일을 맞은 40대도 많다"고 말했다.

인뉴욕에는 9,10만원 두가지 메뉴의 코스요리가 준비돼 있다.

두 사람이 요리를 시키고 와인을 곁들이면 평균 비용은 22~23만원대가 된다.
그곳에 가면 단지 '우리둘' 뿐이다
'라 깜빠냐'와 마찬가지로 '인뉴욕' 또한 이벤트 보다는 음식 위주의 원테이블 레스토랑이지만 원하는 손님에게는 동영상을 틀어주는 서비스가 있다. 액자로 꾸며진 보드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영상은 특별한 날을 더욱 의미있게 레벨업시켜준다.

강영대 쉐프는 "화려하게 기교를 부리기 보다는 깔끔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데 주력했다"면서 이곳에서 프로포즈한뒤 결혼에 골인해 결혼기념일마다 찾던 분들이 나중엔 아이까지 데리고 찾아오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곳의 원테이블 레스토랑 모두 식사준비가 어느정도 마무리된 후에는 연인들이 특별한 고백이나 이벤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는 약간의 시간이 있으니 참고할 것. 점심, 저녁 시간으로 나뉘어 2시간 간격으로 예약을 할 수 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