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이 위기에 빠졌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인데요. 위기 때는 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에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우보백리(牛步百里)’를 실천한다는 마음으로 우직하게 원칙을 지키며 꾸준히 역량을 쌓아가면 회사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윤종 아주캐피탈 사장(50·사진)은 당장의 어려움보다 기회를 크게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말하기보다는 회사가 어떻게 하면 발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른바 금융사로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최고경영자(CEO)로서 이 사장의 경쟁 우위는 다양한 금융 경험을 갖고 있다는 데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경영학 박사로 회계사로 일한 뒤, 보험사와 증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자산을 장기적으로 운용해야 하기에 보수적 성향을 띠는 보험업과 중개 수수료 수익 중심의 단기 실적 위주인 증권업을 모두 경험한 게 이 사장에게는 큰 자산이다. 2~3년 단위의 대출 자산을 관리하는 캐피털업을 경영하며 양쪽의 장단점을 이용해 최적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서다. 이 사장은 “오랫동안 금융회사에 몸 담으면서 금융은 위험관리 비즈니스라고 느꼈다”며 “아주캐피탈에 적합한 리스크 관리와 영업 드라이브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빠른 성장 비결이 무엇인가요.

“차별화한 영업 노하우로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여온 게 조금씩 인정받는 것 같습니다. 고객의 기호와 인식이 변하고 있는 만큼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은행을 포함해 금융권을 통틀어 신용등급 5,6등급 고객의 신용도와 심리를 우리만큼 잘 알고 있는 곳도 없을 것입니다. 축적된 대출 경험과 데이터베이스가 성장 비결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금융사 CEO들은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라 국내 경제도 매우 불안합니다. 가계 부채가 증가하고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영업환경이 위축되면서 동종업계 또는 타금융권과의 경쟁도 치열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이고 부차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금융환경이 악화했다고 말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금융회사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가 바뀌고 있다는 흐름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로는 고객 만족이 최우선 과제라고 하지만 실질은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숫자에 눈이 멀어 고객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봅니다. 해법도 여기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실적으로 보면 아주캐피탈도 상반기에 다소 고전하지 않았습니까.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208억원으로 작년 상반기(246억원)에 비해 15%가량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영업 측면에서 실적이 나빠진 게 아닙니다. 지난 2월에 인수한 아주저축은행 건전화 과정에서 돈이 제법 들어갔습니다. 아주IB투자도 주식시장과 IPO시장이 위축되면서 활력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주캐피탈 자체는 오히려 좋아졌습니다. 작년 상반기 213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올해 상반기는 269억원으로 25%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뿐만 아닙니다. 2분기에는 신규 취급액이 7814억원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였습니다. 한국GM과 쌍용차 등의 판매가 살아나면서 자동차 할부금융 매출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경기 침체 탓에 대부분 금융사에서 연체율이 높아지는 추세인데요.

“연체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습니다. 2009년에는 4.7%였지만 2010년 4.2%, 2011년 4.1%로 떨어졌고 올 상반기 현재 4%로 추가 하락했습니다. 대출자산의 질은 꾸준히 개선될 전망입니다.”

▷다른 캐피털업체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저희 회사는 자동차금융이 전체 자산의 84%를 차지하는데 내용이 참 좋습니다. 자동차금융은 신차금융의 경우 연체율이 1%도 안 되는 안전자산인 데다 포트폴리오도 다양합니다. 신차, 중고차, 수입차, 상용차 등 차라는 차는 모두 취급합니다. 신차도 특정 회사 차량만을 중점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합니다. 돌발 변수가 발생해도 경영에 타격을 덜 받습니다. 충실한 리스크 관리도 아주캐피탈의 자랑입니다. 리스크관리(RM) 조직을 자동차금융과 개인금융 부문으로 분리하고 리스크분석팀을 만들었습니다. 또 전문심사역제를 실시하고 자체적인 심사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직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질적 성장을 우선하는 전략으로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가 터졌을 때 영업 축소에 들어가기도 했죠. ”

▷중장기적인 경영 목표는 무엇입니까.

“2015년에 총 자산 6조5000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5%의 우량 캐피털사로 도약하는 것입니다. 현재 총자산 규모가 5조1000억원이고 ROE는 10%를 다소 밑도는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습니다. 소비 위축에 따른 자동차 판매 부진 등의 변수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닙니다. 다이렉트 영업 비중을 높이고 고수익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한편 제2금융권에서 쌓아올린 역량을 총동원한다면 단지 목표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주저축은행 인수로 그룹 내 금융부문을 수신-대출-투자로 다각화한 것도 시너지를 낼 것입니다. 저축은행을 인수한 회사들이 정상화까지 2~3년 걸릴 것으로 보는데 우리는 1년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제2금융권에서 노하우를 쌓은 아주캐피탈 직원들이 대출 자산을 꼼꼼히 살펴본 덕분에 감춰진 부실 자산이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고객 중심 경영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계신데요.

“금융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 원천은 고객입니다. 아주캐피탈은 지난해 캐피털업계 최초로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을 획득했고 올해는 한국표준협회 고객서비스 대상을 3년째 받았습니다. 이런 성과는 저절로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상품 개발, 영업, 회수, 관리 등 회사의 모든 시스템을 고객의 눈높이에서 점검하고 바꿨습니다. 임직원들의 마인드를 높이는 데도 공을 들였죠. ‘VOC(voice of customer)위원회’를 구성해 고객 불만 최소화에 공을 들였고 고객행복센터도 만들었습니다. 제가 취임하기 전인 3년 전과 비교해 보니 고객불만 발생률이 22% 줄었고 현장에서 처리하지 못한 민원이 본사로 오는 민원 이관 건수도 47% 감소했습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