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차세대 제품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2’에 전시하려던 50대의 OLED TV 중 2대가 분실된 것으로 4일 뒤늦게 드러났다. 한국에서 독일까지의 이동 경로가 복잡해 분실 시점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경쟁사로 제품이 들어갔을 경우 수조원에 이르는 기술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수원공장에서 IFA전시에 사용할 400여점의 제품을 포장해 특수 물류회사 ‘이플러스 엑스포’에 인계했다. 대한항공 화물기를 통해 2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전시품들은 육로를 지나 28일 베를린 IFA전시장에 도착했다. 당일 아침 독일 베를린 IFA전시장에서 전시를 준비하던 삼성전자 직원이 전시제품을 확인하다 OLED TV 50대 중 2대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제품을 포장했던 상자는 그대로인데 TV만 감쪽같이 없어져 확인이 늦었다. 삼성은 즉시 베를린 현지 경찰과 경기지방경찰청에 신고해 범인을 찾고 있다.

아직까지 언제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불확실하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베를린까지 화물차를 통해 배송되던 중 도난된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항공수하물의 경우 비행기에 싣고 내릴 때 화물을 의뢰한 회사와 세관 등에서 모두 확인하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베를린까지는 기차로 4시간, 화물차로 5~6시간 정도 걸리지만 삼성전자 전시품의 경우 1주일 동안 운반해 중간중간 화물창고 등에 보관된 시간도 길었다.

삼성전자가 전시품을 잃어버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1년 4월 미국 국제방송장비전시회(NAB)를 앞두고 63인치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TV 1대를 도난당하기도 했다. 당시 현지 힐튼호텔 로비에서 협력사 직원을 사칭한 사람이 PDP TV를 인수해 달아났다. 한 달 뒤 잡힌 범인은 힐튼호텔의 종업원으로 밝혀졌다. LG전자 역시 2000년 3월 독일 세빗 전시회에 출품하려던 60인치 PDP TV를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뉴델리공항으로 옮기다 도둑맞았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모두 시중에 판매되지 않던 최첨단 제품이었다.

기술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OLED 패널 기술을 모방할 순 없겠지만 제품의 원가 구조, 설계 회로 등은 알 수 있어서다. 초박형 디자인이 관건인 OLED TV에서 제품 뒷면에 배치한 삼성만의 설계회로는 중요한 노하우다. 전 세계에서 OLED TV를 생산하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LG전자뿐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단순 분실인지, 도난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다른 업체에 의한 도난일 가능성이 의심스럽다”며 “벤치마킹을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