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오른' 매킬로이, 위기에 강한 승부사로…도이체방크 챔피언십 우승
지난해 마스터스 마지막날 선두를 달리다 80타를 치며 무너졌던 로리 매킬로이(23·북아일랜드). 그는 지난달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기 직전에도 네 차례나 컷 탈락하는 등 들쑥날쑥한 플레이가 단점으로 지적됐다.

4일(한국시간) 미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TPC보스턴(파71·7214야드)에서 열린 미국 PGA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도이체방크챔피언십(총상금 800만달러) 마지막날의 매킬로이는 달랐다. 수차례 샷이 흔들리긴 했지만 한층 여유 있고 관록 있는 모습으로 위기를 탈출하며 정상에 올랐다. 이날 4언더파 67타를 친 매킬로이는 최종합계 20언더파 264타로 전날 3타차 선두 루이 웨스트호이젠(남아공)에게 1타차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페덱스컵 1위, 올해의 선수상 유력

매킬로이는 페덱스컵 2500포인트를 받아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이달 말 열리는 투어챔피언십까지 1위 자리를 지키면 1000만달러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우승상금 144만달러를 보태 시즌 상금도 640만2000달러로 1위다. 매킬로이는 이번 우승으로 랭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동료들이 투표로 뽑는 ‘올해의 선수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만 23세3개월29일인 매킬로이는 플레이오프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또 시즌 3승(통산 5승)으로 우즈와 다승 공동선두가 됐다. 우승의 질은 매킬로이가 훨씬 높다. 우즈는 일반 3개 대회(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메모리얼 토너먼트, AT&T내셔널)에서 우승을 했지만 매킬로이는 일반대회(혼다클래식) 1승에다 메이저대회(PGA챔피언십)와 ‘특급대회’ 플레이오프전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노련함으로 미스샷 만회

이번 대회는 노동절 때문에 현지 시간으로 월요일에 마지막 라운드를 치렀다. 매킬로이는 3타 뒤진 2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으나 6개홀이 지난 뒤 3타차 선두가 돼 있었다.

매킬로이는 어이없는 샷으로 위기를 자초했으나 노련함으로 이를 극복했다. 그는 7번홀(파5)에서 티샷을 347야드 가량 날렸다. 그러나 페어웨이에서 친 두 번째샷은 어이없게 188야드밖에 안 나갔다. 한 외신은 “핸디캡 15 정도의 아마추어가 친 수준의 샷”이라고 평했다. 15번홀(파4)의 3번 우드 티샷은 더 심했다. 고작 170야드만 나가는 데 그쳤다. 아마추어 남자골퍼로 치면 토핑이 나 레이디티에 떨어진 셈이다. 매킬로이는 그러고도 두 홀에서 모두 파를 기록했다. 매킬로이는 “몇 개의 실수가 나왔지만 잘 극복하고 우승해 흥분된다”고 말했다. 이제 실수도 그를 막지 못할 상황이 됐다.

◆막판 2개홀 위기도 극복

매킬로이는 17번홀(파4)에서 티샷과 두 번째샷의 잇따라 실수에 이어 세 번째 칩샷마저 그린을 훌쩍 넘어가면서 보기를 범했다. 하지만 1타차로 추격하던 웨스트호이젠도 이 홀에서 130야드를 남겨두고 친 두 번째샷을 그린 오른쪽 러프에 떨어뜨린 뒤 어프로치샷을 실수하며 통한의 보기를 했다. 웨스트호이젠은 “17번홀의 보기가 너무 컸다”고 아쉬워했다.

18번홀(파5)도 매킬로이의 위기였다. 그의 3번 우드 티샷은 깊은 러프에 빠지며 레이업을 해야만 했다. 이글이나 버디를 노린 웨스트호이젠은 ‘2온’을 시도했으나 아쉽게 볼은 그린사이드 벙커로 들어갔다. 벙커샷은 홀을 3m나 지나갔고 버디 퍼팅마저 홀을 외면하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가지 못했다. 매킬로이는 세 번째샷을 홀 6m 지점에 떨궈 가볍게 파로 마무리했다.

노승열(21)은 합계 8언더파 276타로 공동 13위에 올라 페덱스컵 랭킹 38위로 플레이오프 3차전에 합류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 나가는 한국계 선수는 노승열과 존 허(22), 케빈 나(29), 위창수(40)로 확정됐다. 배상문(26)과 최경주(42)는 3차전 진출에 실패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