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일본 도요타가 이달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인 브라질에서 각각 새 공장을 가동하며 한판 승부를 벌인다. 두 회사 모두 브라질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소형차를 생산해 판매량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으로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브라질은 인구 2억500만명으로 세계 5위 자동차 시장이다.

현대차 현지 공장 앞당겨 가동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브라질 피라시카바시에 있는 공장을 오는 20일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최종 마무리작업과 시험생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당초 이 공장을 오는 11월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브라질이 수입차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등 현지 생산 필요성이 커지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지시로 공정을 두 달 앞당겨 이달부터 생산을 시작하게 됐다. 138만8000㎡의 부지에 들어선 이 공장은 올해 말까지 2만대를 생산하고 내년부터 연간 15만대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주요 생산차종은 현대차가 유럽 전략형으로 개발한 소형 해치백인 ‘i20’를 기반으로 한 남미 전략차종 ‘HB20’이다. HB는 ‘현대브라질’의 약자다. 현대차는 이 차량을 기본으로 △4도어 △5도어 △SUV 등 3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가격은 1.0ℓ 해치백 기준으로 2만8000레알(약 1560만원), 1.6ℓ 엔진을 탑재한 모델은 3만2000~3만9000레알(약 1780만~2170만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2009년만 해도 판매량이 도요타보다 2만2000대가량 적었다가 2010년 10만대를 돌파하며 도요타를 추월했다. 지난해에도 11만4927대로 9만9236대에 머무른 도요타를 따돌렸다.

그러나 올 들어 판매량이 감소하며 7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5만1149대로 도요타에 4000대가량 뒤처져 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현대차 브라질 공장이 가동되는 9월부터 반등이 예상된다”며 “현지 전략형 신차인 ‘HB20’이 중국의 ‘랑둥’과 함께 현대차 상승세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브라질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6위를 기록했으며, 이달 자동차 생산을 본격화하면 도요타는 물론 5위 르노를 추월해 4위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시장에서는 피아트와 폭스바겐, GM이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포드와 르노가 뒤를 따르고 있다.

○도요타, 소형차 생산 확대

공장 가동을 앞둔 현대차에 신경쓰이는 일이 있다. 글로벌 경쟁자인 도요타도 이달부터 브라질에서 소형차 생산에 나서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92㎞ 떨어진 외곽도시인 소로카바에 세운 공장을 오는 10일 전후로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은 연산 7만대 규모로 소형차인 ‘에티오스’ 세단과 해치백 모델을 생산할 예정이다. 에티오스 세단형은 1.5ℓ, 해치백형은 1.3ℓ와 1.5ℓ의 배기량으로 총 8가지 사양이 출시된다. 판매가격은 3만5000~4만8000헤알(약 1950만~2670만원) 수준이다.

소로카바 공장은 도요타의 두 번째 브라질 현지 공장이다. 1998년 상파울루 인근 인다이아투바 지역에 첫 번째 공장을 설립하고 준중형 세단 ‘코롤라’를 연간 7만대 생산하고 있다. 도요타는 에티오스 출시를 통해 지난해 10만대에 못 미쳤던 연간 판매량을 끌어올려 현대차를 넘어서고, 2013년까지 현재의 두 배 수준인 2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도요타의 생산량 확대 여부도 주목된다. 소로카바 공장은 부지면적이 370만㎡로 현대차 공장보다 2.7배 넓은데도 생산량은 7만대 수준이다. 도요타는 판매량 추이를 지켜보면서 생산량을 4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조철 한국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브라질은 내수 시장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남미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이기 때문에 향후 생산량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