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기불황 속에서 자사주(株)를 매입해 소각하는 상장기업들이 시장으로부터 재조명 받고 있다.

'버려야 산다'는 말과 같이 지체없이 이익소각을 결정한 경우, 매수세가 대거 몰리며 주가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력한 주가부양 의지가 확인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보통주 이익소각 결정을 내린 상장사는 최근 삼성카드를 비롯해 LG유플러스, SH에너지화학, 정상제이엘에스, KTcs 등 5곳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011년 1월~9월) 동안 이익소각을 결정한 16곳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 든 수준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향후 실적에 대한 불확성이 커지고 있어 이익소각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와 LG유플러스는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익소각을 결정해 주당순자산가치(BPS)와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요 경영지표 개선에 적극 나섰다. 결국 시장도 순매수로 '화답'하며 주가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익소각은 또 해당기업의 주가부양 의지를 엿볼 수 있을뿐 아니라 재무구조에 대한 시장의 불신, 경영지표 개선 등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남곤 동양증권 연구원은 최근 분석보고서에서 "LG유플러스의 자사주 소각이 신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대주주의 미래 경영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익소각을 통해 대주주 지분은 36%(기존 31%)로 불어났다"며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회사의 적극적 배당 정책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금력에 대한 불신도 제거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는 "만약 회사가 자사주로 블록딜(대량 매매)을 했다면 약 6687억원에 달하는 현금 유입이 있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의 경우 이번 자사주 이익소각 조치로 인해 주당순자산(BPS)는 2.0% 증가한 동시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0배에서 0.68배로 떨어졌고, 경상 자기자본이익률(ROE)는 0.2%포인트 상승한 5.3%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레버리지비율(총자산/자기자본)은 2.5배로 상승해 신용카드사(평균 4.2배)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시장은 평가했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 이익소각 조치는 삼성카드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낮은 레버리지 비율을 상승시키면서 과잉자본을 해소하는 등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회사차원의 강력한 주가 부양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자사주 이익소각을 한 SH에너지화학, 정상제이엘에스, KTcs 등의 주가흐름도 여전히 긍정적이다.

SH에너지화학의 주가는 특히 지난 4월 2일 보통주와 우선주 동시 이익소각(장외 매매)을 결정한 뒤 상한가(가격제한폭)로 치솟았고, 당시 1주당 700~800원 선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현재 1300~1400원선을 오가고 있다. 정상제이엘에스와 KTcs 등은 이익소각으로 주가하락을 탄탄히 방어한 경우다.

현재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화재, 한샘, 삼환까뮤, 웅진싱크빅, 옵티시스 등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곳도 향후 이익소각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어 시장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