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협력업체들이 거래 대기업보다 더 빨리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협력사 간 수익성 격차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대 그룹과 거래한 692개 협력사의 매출 증가 속도가 거래 대기업보다 빨랐다고 2일 발표했다. 전경련은 10대 그룹 중 협력사가 적은 한진그룹과 자료가 부족한 한화그룹을 제외한 대신 두산그룹을 추가, 9개 그룹의 대표 기업과 협력사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난 10년간 협력사 매출은 3.08배 증가한 데 비해 대기업 매출은 2.78배 늘어났다. 총자산 부문에서도 협력사들이 3.43배 증가, 대기업(3.01배)을 앞섰다.

이런 추세는 최근 들어 더욱 가속화됐다. 지난해 협력사들의 매출증가율은 14.3%로 대기업(9.3%)보다 5%포인트 높았고 자산증가율도 11.7%로 10.5%인 대기업을 능가했다.

재벌 개혁을 기치로 참여연대에서 분화한 경제개혁연구소 조차 작년 12월 비슷한 내용을 발표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전자, 자동차, 조선, 건설 등 4대 산업을 조사한 결과 하도급업체의 성장 속도가 대기업보다 높았다는 분석이다.

하도급업체의 연평균 매출증가율은 14.03%였으며 일반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각각 12.15%, 12.41%의 매출증가율을 보였다. 유형자산증가율 면에서도 하도급업체는 13.95%로 대기업(7.96%)보다 높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여러 조사를 통해 대기업이 성장하면 협력사의 매출과 투자가 늘어난다는 낙수효과가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낙수효과는 물이 넘쳐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대기업 성장이 중소기업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협력사와 대기업 간 수익성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전경련 조사 결과 2002년엔 대기업 영업이익률이 협력사보다 9.2%포인트 높았으나 지난해엔 이 차이가 3.5%포인트로 축소됐다. 2002년 9.3%포인트였던 순이익률 격차도 4.8%포인트로 줄었다.

경제개혁연구소도 비슷한 결론을 도출했다. 2000년 4.44%포인트에 달했던 대기업과 협력사의 영업이익률 차이는 2010년에 1.7%포인트로 줄어들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협력사의 순이익률은 4.65%로 일반 중소기업(2.4%)의 두 배에 육박했으며 대기업(4.74%)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달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주요 하도급 업종 협력사들의 영업이익률이 대기업보다 높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2001년부터 2010년 사이 조선업 협력업체 영업이익률은 7.3%로 위탁 대기업(7.03%)을 앞질렀다. 종업원 300명 미만 중소 조선업 협력사의 영업이익률도 7.3%였다.

대기업의 수익성이 급락해도 협력업체 이익률은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자동차 업종의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6.75%에서 2.83%로 추락했으나 이 기간 중소협력사 이익률은 4.8%에서 3.51%로 하락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기업 간 경쟁이 기업집단 간 경쟁으로 바뀌고 있어 대기업도 협력사들과 함께 공급사슬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도 최근 들어 인위적 규제가 늘어 오히려 자율적 협력관계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낙수효과

낙수효과물이 넘쳐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부유층의 투자나 소비가 증가하면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난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