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3차 양적완화(QE3)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자 해외 주요 증시가 주말 동안 경기 부양 기대감으로 동반 상승했다.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단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 중국의 경제지표 발표 등 향후 이어지는 해외 이벤트의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증시 회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버냉키 발언에 글로벌 증시 훈풍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31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심포지엄 연설에서 “과거 두 차례의 경기 부양 조치는 효과적이었고 여러 조건을 충족할 경우 (경기 부양 정책의) 추가적 사용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그의 발언이 전해지자 뉴욕과 유럽 증시는 경기 부양 기대감에 일제히 상승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69% 오른 13,090.8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51%, 나스닥종합지수는 0.60% 올랐다. 독일(0.19%) 프랑스(1.00%) 스페인(2.11%) 이탈리아(1.86%) 증시도 버냉키 의장 발언 이후 반등했다.

당초 기대됐던 QE3 등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에 시장이 주목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버냉키 의장이 추가 경기 부양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12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QE3가 발표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버냉키 의장 발언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부양 기대로 증시가 단기적으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추세적인 상승 국면이 되기 위해선 글로벌 경기 부양에 대한 추가 확인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부 차장은 “그동안 9월에 QE3가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가 약해졌지만 이번 연설로 불씨가 되살아났다”며 “미국과 유럽 증시가 상승한 것을 감안할 때 코스피지수도 주 초반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버냉키 의장이 비록 QE3 추진 시기와 세부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시기 선택의 문제에 불과하다는 점을 피력했다”며 “당장 12일 FOMC 회의에서 QE3 조치가 단행되지 않더라도 시장에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 미국이 지핀 불씨…중국 유럽이 살릴까

잭슨홀 연설은 긍정적이지만 그 불씨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향후 이어질 정책 변수들이 관건이다. 일단 지난 1일 발표된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9개월 만에 최저치인 49.2를 기록하면서 증시에 불안 요인으로 등장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둘째주께 중국의 고정투자, 생산, 소비 관련 지표가 나오는데 이들 지표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중국의 소비나 생산 부문의 회복세가 강하지 않다면 증시 상승을 억제할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주 쏟아질 미국의 지표도 관심이다. 4일 8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를 필두로 비농업부문 고용, 실업률 등 미국의 주요 고용지표가 나온다. ECB의 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로존 국채 매입이 결정될지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치환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을 살펴보면 국채를 매입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며 “국채 매입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한국 증시에 추가적인 상승 재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제 중요한 것은 미국보다 유럽”이라며 “유로안정화기구(ESM)가 위헌이 아니라는 독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뒤 국채 매입 등 글로벌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황정수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