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박물관·수련원 등 2644만㎡ 부지에 들어서
석준호 통일교 세계부회장은 통일교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문 총재가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보름을 넘기다 보니 합병증 증세가 나타났다”며 “콩팥(신장)의 기능이 정지되고 간 기능도 급속도로 떨어져 인공기계에 의한 산소 공급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단계”라고 문 총재의 근황을 전했다. ‘주치의 동의를 받아 발송한다’는 내용의 이 글은 전 세계 통일교도들에게 공지됐다. 문 총재의 가족과 통일교 대표들은 지난달 28일 회의에서 문 총재를 통일교 성지인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일대 통일교 성지로 옮기기로 합의했다. 통일교 관계자는 “일본에서 온 호흡기 전문의가 한국을 방문해 문 총재를 24시간 지켜보고 서울성모병원과 서울대병원의 전문의들도 왕진 형식으로 보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재의 마지막 거처가 될 수도 있는 곳을 가평으로 정한 것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일대가 ‘통일교 성지’이기 때문이다. 문 총재는 1971년에 천주청평수련원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송산리 일대 2644만㎡ 부지에 국제수련원, 청심신학대학원대학교, 청심국제중ㆍ고등학교, 박물관 등 통일교 관련 시설을 세웠다. 지난 3월에는 2만5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종문화회관의 8배 규모의 문화체육 시설 청심평화월드센터도 건립했다.
지난달 31일 청심국제병원은 문 총재의 이동 소식 속에서도 조용한 분위기였다. 일본에서 교세가 강한 통일교의 특성상 일본인 환자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병원 원무과 관계자는 “금요일에는 외래 환자가 적은 편”이라고 했지만 문 총재를 맞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직원은 “(문 총재를 위해) 특별실에 의료기기를 설치하는 등 준비를 갖춘 상태”라고 설명했다. 병원 7층이 VIP병동이지만 문 총재가 평소에도 머무르던 병원 8층에 특별실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2만㎡가 넘는 청평수련원과 12만㎡가 넘는 박물관(천정궁)은 연인원 80만명이 찾는 통일교의 상징적 장소다. 그러나 수련원 정문은 일본인 직원이 “허락된 사람이 아니면 들어올 수 없다. 단순히 외부를 둘러보는 것도 할 수 없다”며 외부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한 지역주민은 “평소에도 수련 신도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은 없고 신도들도 전세버스로 한꺼번에 몰려 들어간다”고 말했다. 한 병원 직원은 “천정궁은 일반 신도도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대형 집회 같은 큰 행사가 있을 때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 귀띔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