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최강스펙' 엄친아, 1지망은 사모펀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커버스토리
국내 10대 PEF 자금운용담당자, 해외 유명대학 출신이 절반
투자은행·로펌서 경력 쌓고 합류…1인당 평균 1130억원 굴려
수억대 연봉…고급인재 몰려들어
국내 10대 PEF 자금운용담당자, 해외 유명대학 출신이 절반
투자은행·로펌서 경력 쌓고 합류…1인당 평균 1130억원 굴려
수억대 연봉…고급인재 몰려들어
▶마켓인사이트 8월31일 오후 1시24분
신생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서 일하는 조은철 씨(28). 그의 스펙은 화려하다. 미국 스탠퍼드대(생물학 학사)와 매사추세츠공대(MIT·재료공학 석사)를 나왔다. 작년까지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일했다. 조씨가 한앤컴퍼니로 옮긴 것은 올해 초. 30여명 직원 중 말단으로 여겨지는 ‘애널리스트’를 맡았다. 투자 대상 기업을 물색하고 분석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잘 나가는 삼성전자를 마다하고 PEF의 말단 자리를 선택한 것은 PEF가 인생을 걸 만한 직장이라는 판단에서다.
PEF가 국내외 고급 두뇌를 끌어모으고 있다. 국내외 대기업, 정부 부처, 로펌(법무법인) 등에서 이른바 잘 나가는 인재들이 PEF로 헤쳐모이고 있다. 뉴욕 월스트리트나 런던 시티의 글로벌 투자은행(IB)과 헤지펀드, 컨설팅 회사 등에서 활약하던 한국인들도 국내 PEF에 빠르게 합류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31일 국내 10대 독립계 PEF(총 약정액 기준)의 투자 자금을 운용하는 운용역 130명의 최종 학력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63%인 82명이 변호사 등 전문 자격증이나 석·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대학에서 석사나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44명으로 전체의 33.8%에 달했다.
학위에 관계없이 최종 졸업 학교만을 따지면 외국 대학 출신이 61명(46.9%)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학교별로는 △미국 하버드대 10명(7.7%) △펜실베이니아대 9명(6.9%) △버클리대 4명(3.1%) △컬럼비아대 3명(2.3%) 등이었다. 국내 대학에서는 서울대 출신이 27명(20.8%)으로 가장 많았다. 연세대 출신은 13명(10%), 고려대 출신은 10명(7.7%)이었다.
이들의 커리어도 화려했다. 전체의 절반가량인 63명이 IB업계에서 일하다 PEF에 합류했다. 올초 IMM PE에 합류한 이해준 전무(39)는 펜실베이니아 로스쿨 법학박사(JD) 출신으로 뉴욕 대형 로펌에 있다가 모건스탠리를 거쳐 미국 PEF인 포트리스에서 근무했다. 같은 회사의 허송필 이사(35)는 싱가포르 헤지펀드에서 억대 연봉을 받다 국내 PEF에 뛰어들었다.
이른바 ‘엄친아’로 불리는 이들이 PEF에 몰리는 이유는 30대에 임원을 맡아 고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능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거대 조직의 부속물이 아닌 소수 정예 조직에서 수천억~수조원대 자금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주도한다는 점이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는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유치해 좋은 기업을 골라 가치를 높인 뒤 매각을 통해 수익을 내는 PEF는 자본시장의 종합예술”이라며 “PEF 운용사들은 각 분야에서 적어도 5년 이상 경험을 가진 인재들만 뽑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 대기업 출신들의 PEF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조사 대상 130명 중 삼성그룹 출신이 8명이나 될 정도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등 한때 삼성전자를 대표하던 인물들도 PEF에 몸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C-레벨급(CFO 등 영어 직함이 알파벳 C로 시작하는 핵심 임원) 전직 대기업 임원들이 대거 PEF에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송인준 IMM PE 대표는 “기업 경영에 능숙한 이들을 영입하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 미국 최대 PEF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KKR은 C-레벨급 전문가들로 이뤄진 캡스톤이라는 별도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PEF는 2005년 국내에 도입돼 지난달 말 기준으로 34조3875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상위 10개 PEF 운용사의 펀드 약정액은 총 14조6600억원, 1인당 평균 운용 금액은 1130억원에 달한다.
박동휘/좌동욱 기자 donghuip@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