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반복되는 전력난 해소를 위해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판매에 경쟁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력 공급 확대를 위해선 현재 전체 발전설비의 15%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 기업들이 보다 활발하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력산업연구회는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총체적 전력난국,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국내 전력 산업이 직면한 문제 해법과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전력난국은 정부 정책의 실패

참석자들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원전 고장 정지, 전력 부족 사태,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 등 근본적인 원인을 정부의 인위적인 전기요금 억제로 진단하고 전기료 결정구조 및 전력 산업 전반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총체적인 전력난국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시장원리에 따른 전기료 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2004년 이후 급등한 국제유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억누르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해 왔다”며 “실제 전력 수요가 정부 예측치를 크게 초과하면서 발전설비 가동률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했고, 그 결과 고장도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이 전력 구매비용 산정이 잘못됐다며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하는 등 전력 산업 당사자 간 이해갈등이 불거진 것도 원가 이하 수준의 전기요금 체계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의 개입으로 전기요금이 수급 조절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게 문제”라며 “정부가 전력 산업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가격 결정을 하기 때문에 값싼 전기를 요구하는 정치적 압력을 이겨낼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민간 역할 늘려야

참석자들은 현재의 전력 부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민간 발전사들의 시장 참여 확대를 꼽았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지난 10년간 8조원가량을 투자해온 민간 발전사들이 전력수급 위기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민간의 발전설비 비중이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현재 민간의 발전설비 규모는 1202만㎾로 전체 발전설비의 14.9%를 차지하고 있다. 윤 교수는 민간 발전사들의 시장 참여로 전력거래 단가가 낮아지고, 시장 전체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웅찬 산업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팀장은 “민간의 발전사업 진출은 전력 공급 비용을 전체적으로 낮출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정산조정계수(보정계수) 적용 등 민간 발전사업에 대한 강제적인 수익조정은 민간 기업들의 시장 진입 유인을 없앨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판매 부문에 경쟁을 도입해 전력시장을 선진화해야 한다”며 “현재 전력시장에는 판매 경쟁이 없고 대신 정부 규제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점차 복잡해지는 전력시장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1년 전력산업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한전에서 6개 발전 자회사가 분리됐지만 판매 부문은 한전이 독점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