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호 태풍 ‘덴빈’이 30일 한반도에 상륙해 많은 비를 뿌리면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앞서 지난 28일 강풍으로 많은 피해를 입혔던 15호 태풍 ‘볼라벤’에 이어 이틀 만이다. 이로 인해 태풍피해 복구작업이 전면 중단되고, 볼라벤에 이은 2차 피해가 가중되는 등 전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은 “30일 오전 10시45분께 전남 완도 부근에 상륙한 덴빈은 전라·경북지방을 거쳐 31일 새벽에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30일 예보했다.

당초 이번 태풍은 충남 태안반도 근처에 상륙해 서울 등 수도권을 직접 관통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이 빠르게 힘을 잃으면서 이 기단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던 태풍의 진로가 동쪽으로 치우쳐 수도권은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덴빈은 앞서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을 몰고왔던 볼라벤과 달리 북상하면서 ‘약한 소형태풍’으로 세력이 약화됐다.

그러나 태풍과 함께 북상한 많은 양의 수증기가 북서쪽에서 유입된 차고 건조한 상층 공기와 만나면서 전국 곳곳에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남 진도와 전북 부안, 정읍에 이날 200㎜가 넘는 폭우가 내린 것을 비롯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100㎜가 넘는 많은 비가 쏟아졌다. 특히 진도에 시간당 75㎜의 비가 내리는 등 태풍이 지나간 길목에 위치한 전라·경북 일부 지방엔 시간당 4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렸다. 서울 등 중부지방에도 31일 오전까지 최대 100㎜에 달하는 비가 내리겠고, 태풍이 빠져나가는 강원 영동 지역엔 150㎜가 넘는 비가 내렸다.

태풍이 내륙지방을 관통하면서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폭우가 쏟아진 전남에선 강물이 넘치면서 곳곳이 물에 잠겨 차량이 통제됐다. 목포에서는 시간당 30㎜가 넘는 폭우가 3시간여 쏟아져 저지대 일대 도로에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면서 1999년 이후 13년 만에 시가지가 물에 잠겼다. 주택 침수는 2000여채에 달했다.

앞서 강풍으로 이미 초토화된 완도 등 전남 해안지방의 양식장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사과 배 등 낙과피해를 입은 농가 등지에서도 이틀 만에 다시 찾아온 태풍으로 복구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과일과 채소 산지에 피해가 계속 가중되면서 9월 생활물가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볼라벤에 따른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덴빈 태풍의 직격탄을 맞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30일 덴빈으로 2명(30일 오후 8시 현재)이 숨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 피해 현장 조사를 거쳐 특별재난지역을 지정하고, 태풍 피해를 입은 농어민 등에 우선 생계구호금과 재난복구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