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툴라는 수술이 불가능한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생존율이 15%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종양을 줄이기 위해 화학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받는 동안 ‘완전한 건강’이라고 부르는 토끼가 몸 안을 뛰어다니며 암세포를 먹어치우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루에 적어도 두세 번씩, 치료를 받을 때마다 이 장면을 떠올렸다. 치료가 끝날 즈음에는 경과가 너무 좋아서 의사도 놀랐다. 암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마음이 몸을 치료한다》의 저자 데이비드 해밀턴은 ‘어떻게 마음이 영향을 줘 몸의 병을 고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답한다. 영국의 대형 제약회사에서 신약 개발을 담당했던 저자는 실험에서 드러난 플라시보 효과를 통해 질병은 약이 아니라 마음이 치료한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상상을 통한 질병 치유법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고대 동양에서는 명상과 같은 마음 수련법이 존재했다. 과학적 설명은 부족했다. 저자는 뇌과학을 통해 사람의 생각이 뉴런이나 유전자에 영향을 미쳐 몸의 세포에 변화를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생각은 뇌에서 화학물질을 만들어낸다. 한 가지 생각을 반복하면 추가로 화학물질이 만들어지는데 그 물질은 DNA 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 따라서 생각이 유전자 수준에서 신속하게 물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저자는 “소위 기적의 치유로 알려진 많은 사례에서 이런 과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제시한다.

저자는 ‘이미지 힐링’이라 불리는 이 상상 치료법의 구체적 방법론을 치유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예를 들면 자기 몸속에 아주 작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고, 베인 상처가 있다면 이 사람이 상처를 꿰매는 장면을 상상하라고 한다. 관절염이 있다면 몸속의 작은 광부가 관절로 올라가 윤활액을 잔뜩 짜놓는 장면을 그려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생각을 반복해야 효과가 좋다고 말한다. 하루에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확신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반복할수록 도움이 된다는 것. 저자는 ‘나는 회복하고 있다, 종양이 사라졌다, 감기가 달아나고 있다’는 식으로 확신의 문장을 만들어 크게 소리 내 말하는 것도 이미지 힐링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암, 심장질환, 통증, 만성피로, 바이러스 감염, 알레르기, 면역질환 등 각종 질병을 이미지 힐링의 도움으로 치료한 사례를 소개한다. 교통사고로 온몸의 뼈가 부러진 청년은 매일 작은 인부들이 다친 뼈를 다듬고 용접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는 나날이 강해져 사고 1년 만에 마라톤을 완주할 정도가 됐다. 과체중에 시달리던 한 여성은 PC게임 캐릭터인 팩맨이 몸의 지방을 먹어치우고 폭발하거나 사라지는 장면을 매일 상상했다. 때때로 알아차리는 식습관의 무의식적인 변화를 빼고는 그의 생활방식에는 달라진 게 없었지만 4개월 반 만에 9.5㎏이 줄었다. 저자는 “그녀가 상상한 장면이 무의식에 침투해 신경계에서 체중 감소가 일어나도록 했고, 그녀의 신진대사가 적절한 방식으로 자극을 받았다”고 말한다.

물론 그들은 이미지 힐링을 다른 치료법이나 약물 대신 사용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치료법과 병행했다. 특별히 이미지 힐링을 하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병이 나을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치료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많은데, 마음도 그런 요소들 중 한 가지”라고 말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