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불황과 더위에 지쳤다면 책으로 '힐링'하세요
태풍 덴빈이 지나가면 가을색이 짙어지겠지요. 높고 파란 하늘과 수수한 코스모스를 생각하면 이 축축한 빗줄기도 다시 보게 됩니다. 올여름은 유난히도 더웠습니다. 100년 만의 폭염이라고 했지요. 경기불황과 얇아진 지갑 탓에 더위를 나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위로와 치유의 지혜를 담은 책들이 많았습니다. ‘힐링’이 독서계의 화두로 떠오른 것이지요.

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방황하는 청춘을 토닥였던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의 인기가 여전했습니다. 《방황해도 괜찮아》(지식채널),《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공감)처럼 스님들이 건네는 위로의 말에도 열광했습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은 7개월 만에 밀리언셀러가 됐네요. 에세이로는 가장 빠른 100만부 돌파 기록이라는군요. ‘마흔앓이’를 하는 중년들을 대상으로 한 책들도 쏟아졌지요.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한국경제신문사)처럼이요. 청춘들에게만 위로가 필요한 게 아니라는 증거겠지요. 가을에는 힐링을 주제로 한 책을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단어 하나에서 위로를 받고, 문장 한 줄에서 인생이 바뀔 수도 있지 않겠어요.

《툴스》(21세기북스)는 마음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을 넘어설 수 있는 치료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요. 할리우드 유명인사들이 찾는다는 저자들의 상담을 근거로 한 방법론이 제법 도움을 줍니다.

《마음이 몸을 치료한다》(불광출판사)는 ‘이미지 힐링’ 요법을 제시합니다. 병은 약이 아니라 마음이 치료한다고 얘기해주죠. 유명 제약회사에서 일했던 저자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얻은 마음의 치료 효과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도 ‘힐링’ 주제에 맞을 듯합니다. 《혼자가 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한국경제신문사)은 인간관계에 대한 뻔한 충고와 규칙을 깨뜨리라고 조언합니다. 쓸데없이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말고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을 활용하라고 강조합니다. 자기 자신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타인과 소통하고 좋은 관계를 맺는 지름길이라는 겁니다.

‘마흔앓이’를 하는 이들은 《지금 마흔이라면 군주론》(위즈덤하우스)을 펼쳐보세요. 인간에 대한 통찰을 읽을 수 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해법을 제시해줍니다.

《항우강의》(김영사)도 읽어볼 만합니다. 인생의 바이블이라고 하는 고전 《사기》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도 중국인들이 영웅으로 추앙하는 항우를 통해 성공과 실패의 교훈을 전합니다. 중국의 ‘국보급 학자’로 인정받는 왕리췬의 강의를 듣는 듯한 즐거움은 덤이지요.

일하는 데 필요한 책들도 추천합니다. ‘브랜딩’의 핵심을 짚어주는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쌤앤파커스), 인간관계에서 비윤리적인 행동이 어떻게 나타나고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낸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청림출판), 강한 리더십을 만드는 화술과 소통법을 제시한 《사람을 움직이는 리더의 말》(흐름출판)이 읽을 만합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