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가는 4년 반 뒤 하나은행과의 통합 때 외환은행은 아예 존재감이 없어질 것입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사진)이 29일 영업점장 및 본점 부·실·팀장들에게 강도 높은 질책을 했다. 지난 2월 행장에 취임한 후 처음 가진 ‘부점장 워크숍’에서다. 21일부터 열린 워크숍에는 600여명이 5개조로 나뉘어 참여하고 있다.

윤 행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130여명의 부점장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외환은행 직원들은 전형적인 화이트칼라에다 아직도 불친절하고 심지어 거만하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며 반성을 촉구했다.

윤 행장은 외환은행이 처한 현실에 대해 보다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론스타 시절 단기 성과 위주의 영업으로 고객 기반이 매우 나빠졌다”며 “지금이 외환은행 45년 역사 중 가장 위기”라고 진단했다. 또 해외 영업이나 외국환, 대기업, 투자은행(IB) 업무 등 전통적으로 강하다고 평가받던 부문들도 우위가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행장은 지금과 같은 업무 방식으로는 하나은행과 통합하면 외환은행의 가치를 아예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은행 통합의 원칙을 ‘두 은행 중 경쟁 우위에 있는 부문을 채택한다’고 정한 만큼 잘못하다가는 아예 존재감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지주체제 내에서의 위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먼저 고객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며 “부점장들이 변화관리자로서 위기 극복의 선봉장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외환은행의 비전에 대해 “해외 사업 부문의 이익 비중을 더욱 늘리겠다”며 “스마트뱅킹 등 신시장을 선도하고, 인재 양성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은행의 ‘야전사령관’인 부점장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점장들은 윤 행장의 강의를 들은 후 각자 결의를 다지기 위해 극기훈련을 떠났다. 이들은 경북 문경새재로 이동해 밤 12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약 20㎞의 ‘밤샘 행군’을 실시했다. 한 지점장은 “이번 워크숍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각오를 다졌다”며 “특히 6시간에 걸친 야간 행군 때 몸은 힘들었지만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