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책 이슈가 8월 후반 들어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증권사들은 9월에는 다시 유럽중앙은행(ECB) 국채 매입 등의 이슈가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8일 오전 10시56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3.29포인트(0.17%) 떨어진 1914.58을 기록 중이다. 최근 들어 코스피는 1910선에서 지지력을 시험하며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코스피는 8월 '전강후약'의 모습을 보였다. 7월 말부터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1950선까지 치솟았지만 펀드 환매에 따른 투신권의 매물 확대에 약세로 돌아섰다. 8월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는 1.91% 상승에 그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9월 국내 증시는 유럽 등 글로벌 정책 이슈가 지배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책에 거는 기대에 따라 증권사별 전망도 다소 엇갈렸다.

8월 말부터 9월까지는 유럽과 미국 관련 주요 정책 이벤트가 산재해 있다.

오는 31일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9월 3일에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잭슨홀 연설이 예정돼 있다. 9월 6일에는 ECB 정책회의, 12일에는 독일 헌재의 ESM 위헌 판결이 열릴 계획이다. 13일에는 미국 FOMC와 G20 재무장관회의, 14일에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가 개최된다.

가장 중요한 것이 ECB의 국채 매입 결정 여부다. 8월 들어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적극적인 유동성 정책 발언 이후다.

김영준, 정수현 S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ECB가 위기국 국채매입을 통해 시장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산적해 있다"면서도 "위기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바탕이 되고 있어 정책적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정책부조 규모의 적정성보다 정책적 합의 도출이 얼마나 적시에 나타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9월 코스피도 불확실성 해소 국면에 들어서며 2100선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도 "9월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결국 유로 재정위기가 ECB의 국채 직매입 재개를 통해 위기 완화를 위한 중요한 실마리를 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 흐름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 경제지표가 두 달 연속 회복세를 유지하면서 3분기 이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가운데 불확실성 완화와 함께 외국인 수급 개선이 지속되면서 지난 5월 이후 시작된 지루한 불확실성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코스피도 2020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반면 정책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기대와 현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선의 결과는 ECB가 공격적이고 대담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지만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며 "일방적인 낙관에서 물러서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 기대감에 대해 디스카운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9월 정책 요인에 대한 기대 수위 조절과 외국인 순매수 강도의 상대적 둔화 가능성에 따라 9월에는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현기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9월 주식시장 주변 환경이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수적 시각의 주된 이유는 정책기대와 현실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9월부터 유로존에서는 ECB를 통한 재정지원책으로 위기 돌파를 모색할 것이지만,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는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책 기대는 실망감으로 바뀔 수 있다고 봤다.

그는 "9월 주식시장은 선진국 중앙은행발 정책기대의 퇴보와 주가 대비 낮은 경기 수준에 따라 조정을 받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 주택시장 회복, 중국 정책 여력 등으로 9월 이후에는 모멘텀이 형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TB투자증권은 9월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1860~1970으로 제시했고, 아이엠투자증권은 1800~1980을 전망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