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하 모임)이 28일 금산분리 강화 법안 관련 공청회를 열었지만 재계 입장을 대변할 토론자의 불참으로 ‘반쪽 공청회’가 됐다. 금산분리에 대해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법안에 반영하겠다는 공청회의 취지는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중원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 국장과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김성진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부위원장,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윤창현 금융연구원 원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패널 선정에 문제가 있다”며 불참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토론자들이 편향적으로 구성된 데 대해 시정을 요구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며 “이런 공청회에 참석하면 꼭두각시밖에 될 수 없다고 생각해 불참했다”고 말했다. 이에 모임 대표격인 남경필 의원은 “의견이 있으면 뒤에서 목소리를 내지 말고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인 김상민 의원은 발제를 통해 “금융자본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하고, 산업자본의 부실 때문에 금융자본까지 부실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며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금산분리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 4%로 축소 △사모펀드(PEF)를 통한 은행 지분 보유 규제 △금융회사의 비금융회사 지분 보유 시 의결권 제한 △지주회사 내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및 중간지주회사 통한 금융계열사 지배 의무화 등을 제안했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기존 9%에서 4%로 재조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모든 토론자가 찬성했고, 산업자본이 PEF를 통해 은행 지분을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었다.

은행 외 제2금융권의 금산분리에 대해서는 김 의원의 발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계열분리명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계열분리명령제는 대기업 오너가 금융계열사를 이용해 시장의 공정성과 안정성을 교란하는 행위를 할 경우, 공정위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도록 명령하는 제도다.

김 소장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방화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계열분리 명령 근거도 관련 법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 부위원장 역시 “계열분리명령제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의결권을 제한해 중간지주회사 구조로 유도하는 것은 위헌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며 “소유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윤 원장은 “금융회사가 보유한 비금융회사 의결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금산분리 강화가 금융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급격한 제한이나 변화는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금산분리를 재벌 규체 측면으로만 바라보면 상당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국장은 “의결권 제한으로 인한 의결권 공백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부분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모임 측은 추가 논의를 거쳐 내달 초 법안을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